미술 도서관의 역할과 가치가 커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새롭게 문을 여는 미술 도서관이 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몇 년간 국내에 개관한 미술 전문 도서관 4곳을 소개한다.
미술관, 아카이브, 도서관은 모두 ‘인간의 사상, 언어, 행동의 기록을 모으고 보존하며 해석’하는 문화유산 기관이다. 이 세 기관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취급하는 매체의 형태에 따라 그 역할과 정체성을 달리한다. 미술관은 미술사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미술품을, 도서관은 문헌을, 예술 아카이브는 예술과 관련하여 가치가 있거나 증거가 되는 기록 자료를 다룬다.
정보를 교환하고 구축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면서 예술 분야에서 도서관과 아카이브의 역할과 가치는 미술관 못지않게 커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몇 년간 새로 문을 연 미술 도서관을 소개한다.
국내 최초 미술 특화 도서관인 의정부미술도서관은 2019년 11월 29일에 개관했다. 그전까지 미술 관련 전문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에 부속된 자료실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도서관은 대부분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예약을 통해서만 방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졌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은 많은 사람들이 보다 자유롭게 미술 전문 자료와 도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제공하고자 설립되었다. 2023년 4월 기준 의정부미술도서관이 보유한 장서 약 5만여 권 가운데 40% 이상이 미술과 디자인 등 예술 관련 전문 서적이다. 특수 서적을 제외하고는 도서관을 방문하는 누구나 무료로 책을 빌릴 수 있으며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3층으로 이루어진 도서관은 중앙 공간이 개방되어 있다. 모든 공간이 중앙의 원형 계단으로 이어져 있으며, 서로 다른 테마로 꾸며진 각 층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공간 디자인에 ‘연결’, ‘융합’, ‘개방’, ‘소통’이라는 도서관의 키워드를 반하기 위해서다.
1층은 미술 전문 영역인 ‘아트 그라운드’이다. 이곳에는 국내 주요 미술관의 도록과 간행물, 디자인, 건축 등 예술 분야 관련 도서가 모여 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사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신사실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섹션이 갖춰져 있으며, 관련 희귀 자료도 500여 점 이상 소장되어 있다.
도서관의 2층은 연령별, 주제별 자료 열람 공간인 ‘제너럴 그라운드’로 꾸며졌다. 이 공간에는 특히 어린이 자료가 많다. 또한 매거진 존이 있어 미술, 디자인 관련 정기간행물을 열람할 수 있으며, 큐레이션 존을 통해 사서들이 선별한 도서를 살펴볼 수 있다.
3층은 ‘멀티 그라운드’를 테마로 카페,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다목적홀, 예술가들을 위한 오픈 스튜디오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예술 자료 기부 존’이 있어 하와이 호놀룰루 미술관에서 기증한 2,000여 권의 도서와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기증한 도서가 비치되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미술 도서실 & 미술 아카이브
주소: 경기도 과천시 광명로 313 (막계동)
운영시간: 평일 10:00~17:30 (점심시간 12:00~13:00)
휴관일: 토요일, 일요일, 법정공휴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있는 미술 도서실이 2023년 2월 13일 새로운 모습으로 전면 개편되어 재개방되었다. 미술관은 다소 답답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가졌던 과천 미술도서실 공간을 재구성하여 밝은 빛이 들어오는 넓은 열람실로 탈바꿈시켰다.
1981년 덕수궁관 미술자료실로 시작된 국립현대미술관 미술도서실은 1986년 과천관 개관과 함께 과천으로 이전했다. 그 이후 미술도서실은 37년간 꾸준히 자료를 수집해 현재 국내외 미술 전문 도서 5만 2,800여 권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도서실 내에서는 2만 5,000여 권의 미술 도서를 열람할 수 있으며, 그 외의 도서는 별도 요청 시 열람 가능하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미술 아카이브에는 한국 근현대미술가들의 스케치, 드로잉, 작가노트, 사진, 편지, 브로슈어 등 미술 자료 및 미술관의 주요 활동(전시, 교육, 연구 등)과 관련하여 생산된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미술 아카이브의 자료들은 미술관에서 정리가 완료된 자료에 한해 열람할 수 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2023년 2월 14일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미술 전문 자료실인 아트라이브러리를 개관했다. 아트라이브러리는 기존에 있었던 아트 도서실을 확장한 것으로, 이전 보다 6배 넓은 3층 공간으로 이전해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아트라이브러리는 1만여 권이 넘는 장서를 구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대중 교양 서적, 연속 간행물, 그림책 등 도서 5,500여 권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일반 도서관에서 접하기 어려운 미술 전문 기관의 전시 도록, 세미나 자료, 비엔날레 출판 자료 등 국내외 미술 전문 서적 2,500여 권과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도록, 그리고 세미나 자료 1,500여 권이 확보되어 있다. 이곳 아트라이브러리에서는 특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독립출판 행사인 “서울아트북페어(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다룬 아트북과 독립출판물 70여 권도 열람할 수 있다.
Hyundai Card Art Library. Courtesy of Hyundai Card.
국공립 미술관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미술 도서관을 열었다. 현대카드는 디자인, 여행, 요리, 음악을 주제로 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2022년 8월 이태원에 문을 연 현대카드의 다섯 번째 라이브러리는 현대 미술 전문 서적과 자료를 모은 ‘현대카드 ART LIBRARY(아트 라이브러리)’이다.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는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희귀 도서 6,000여 권을 수집했다. 거기에는 작가가 직접 만들어 그 자체로 예술 작품으로 취급받는 아티스트북,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개관한 1929년부터 지금까지 발행한 전시 도록 710권, 1895년부터 지금까지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가 발행한 도록 98권, 그리고 2017년까지 중요한 국제 아티스트들과 직접 협업하여 발행한 국제 잡지 파켓의 전집이 포함되어 있다.
현대카드는 아트 라이브러리 장서를 선정하기 위해 뉴욕현대미술관 큐레이터, 독일 슈테델슐레 예술대학 학장 등 전 세계 컨템포러리 아트 현장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북 큐레이터 4인의 자문을 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