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l Fluid: 은반은 뜨거운 빛으로 너울대다” 2023년 3월 12일까지 박태준기념관에서 개최 - K-ARTNOW
권오상 (b.1974) 대한민국, 서울

권오상은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2000)하고 동대학원 조소과 석사학위를 취득(2004)했다. 2005년부터 재(2022)까지 아라리오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 (요약)

권오상은 국내 최초의 사립 비영리 기관인 대안공간 루프(서울, 한국)에서 열린 그룹전 《진공포장》(1999)에 <쌍둥이에 관한 540장의 진술서>를 출품하였는데 이 작품은 작가 최초의 사진조각이라는 의미가 있다.

2001년에는 국내 최초의 공립 비영리 기관인 인사미술공간(서울, 한국)에서 첫 개인전 《Deodorant Type》을 개최했는데 이 때부터 권오상의 ‘사진조각’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는 LA의 앤드류 샤이어 갤러리(LA, 미국)나 유니언갤러리(런던, 영국) 그리고 아라리오 베이징(베이징, 중국)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전시활동을 펼쳤다.

특히 2008년에는 영국의 주요미술관 중 하나인 맨체스터 아트 갤러리(맨체스터, 영국)의 초청으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이 전시는 한 달 동안 맨체스터에 머물면서 제작한 신작을 포함해 총 14점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전시를 통하여 권오상은 국제무대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아 락밴드 킨의 앨범 커버를 제작하는 등 더욱 더 국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2011년에는 베를린의 안도 파인 아트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두산그룹에서 운영하는 비영리기관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입주와 함께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면서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도모한 바 있다.

권오상은 2012년 이후에도 노르웨이, 싱가포르, 파리, 일본, 호주 등 국내는 물론 전세계를 무대로 왕성하게 활동해오고 있으며 한국의 대표하는 동시대 작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룹전 (요약)

권오상은 작업 초기부터 미술계의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으면서 활동해 왔으며 세계 미술계가 호황을 누리던 2000년대에는 국내외 주요 국공립 미술관이나 기업 미술관 그리고 메이져 갤러리 에서 개최되는 수 많은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예를 들어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중·일 젊은모색》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하여 아시아 동시대 미술의 현재를 살펴보는 의미있는 전시였다.

2010년 런던의 사치갤러리에서 개최한 《Korean Eye: Fantastic Ordinary》 전은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을 초대한 전시였다. 이 전시는 당시에 매우 주목받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유럽 동시대 미술의 중심지인 런던에 소개하는 전시였는데 이를 계기로 권오상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작가들의 유럽 진출도 활발히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외에도 《Present Tense》, 2010, 캔버라 국립 초상미술관, 캔버라, 호주, 《Collector’s Stage》, 2011, 싱가포르 미술관, 싱가포르, 《On Manner of Forming》, 2012, Edwin Gallery, 자카르타, 인도네시아, 2012년 광주 시립 미술관 개관 20주년전인 《진(進).통(通).1990년대 이후 한국현대미술》. 《Tech 4 Change》, 2015, 베스트포센, 노르웨이 등 국내외 수없이 많은 기획전에 참가하여 작가의 역량을 선보인 바 있다.

수상 (선정)

작가는 제 27회 ‘김세중 청년 조각상’을 수상했다. ‘김세중 청년 조각상’은 조각가 김세중이 별세한 후, 고인의 작가적 생애를 추모하며 생긴 조각상이다.

1990년 수상분야를 세분화하여 40세 이하 청년 조각가를 위한 ‘김세중 청년 조각상’ 을 제정하였는데 작가는 2013년에 ‘데오도란트 타입’ 시리즈로 수상하였다.

작품소장 (선정)

권오상의 작품은 국내 국공립이나 사립 미술관들 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도 상당한 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국내 주요 컬렉션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서울, 한국), 삼성 리움 미술관(서울, 한국),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리움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국공립 미술관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컬렉터 중 하나인 CI KIM도 다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해외에는 David Roberts Art Foundation, The Zabludowicz Collection (런던, 영국), Burger Collection, Universal Music Group, Singapore Museum 등 유수의 미술관과 개인 컬렉터들이 권오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주제와 개념

권오상은 ‘사진 조각’의 대표 주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2차원의 사진과 3차원의 조각을 결합한 시도는 1863년 ‘Photo-Sculpture’라는 용어를 만든 조각가 프랑수아 윌렘(François Willème) 외에도 1960~1970년대에 행해진 사진과 조각을 혼합하는 예술적 실험들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권오상은 ‘사진 조각’을 그가 창안한 새로운 장르로 인식하게 할 만큼 조각과 사진을 성공적으로 융합했고, 이로써 동시대 예술의 경계를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권오상은 말 그대로 사진으로 조각을 만든다. 평면성과 가벼움이 특징인 사진으로 만드는 그의 조각은 그 재료 때문에 오히려 조각의 큰 화두들을 전면적으로 두루 포함할 수 있게 되었다. ‘데오도란트 타입’ 연작의 초기에는 가벼운 조각을 표방하며, 사진의 매커니즘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후 그가 전개한 연작을 통해 전통 조각의 의미를 되물으며 조각의 정의를 환기하거나(‘더 스컬프처’), 조각과 공간의 관계를 묻는다(‘뉴 스트럭처’).

이후 소조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가져오거나(‘릴리프’), 조각의 기본 개념인 덩어리와 양감의 패턴을 연구하기도(‘매스패턴즈)’ 한다. 즉 사진과 조각이라는 두 매체 모두 권오상의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방점은 ‘조각’에 있는 것이다.

“나는 정말 인류가 어떻게 조각을 하면서 살아왔는가와 같은 보다 근원적인 조각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데오도란트 타입,’ ‘더 플랫’, ‘뉴 스트럭쳐’, ‘릴리프’, ‘매스패턴즈’ 등과 같은 연작은 사진이나 광고 이미지, 잡지 지면,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이미지 등을 활용하여 조형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연작들이다. 이들 연작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데, 서로 다른 연작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발전한다.

이 시대의 이미지로 현대적 의미의 조각을 하는 권오상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작가 자신이,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다. 작업을 구상할 때 얼마나 많은 방법으로 읽게 될지를 고민한다는 작가는 우리 시대의 사물과 사람을 담은 사진이 만들어내는 내러티브를 열어 두고 조각과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형식과 내용

권오상 작품의 기본 재료는 사진 이미지다. 그러나 이 사진으로 입체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완성품이 지향하는 바는 결국 조각 작업과 다름없다.

실존하는 자동차를 이미지 정보만으로 실제 형상에 가까운 청동 조각으로 만들고 아크릴 물감으로 칠하는 ‘더 스컬프처’, 채집한 이미지를 평평한 원목나무 판 위에 배치하고 이 2차원 평면을 쌓아 3차원으로 구축하는 ‘릴리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물들을 한데 붙여 새로운 양감으로 재편함으로써 양감의 구성을 실험하는 ‘매스패턴즈’ 등의 연작은 권오상의 작업이 조각가의 조각품이라는 점을 두드러지게 드러낸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권오상의 모든 작품들이 조형성 탐구라는 핵심 목표 아래에 지속해서 변형되고 확장되어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권오상이 작품을 전시할 때의 좌대 활용 방식과 공간 연출 또한 주목할 만한 요소이다. <집착으로 구성된 440장의 가족사진>(1998-1999)이나 근작 ‘비스듬히 기댄 형태’처럼 좌대 없이 공간에 놓인 작품도 다수 있지만,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수영장’ 시리즈를 그대로 좌대로 가져온 < Hockney >(2013)과 같은 작품도 있다. 2008년 맨체스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Deodorant Type: Sculpture by Osang Gwon》처럼 작품마다 다른 높낮이의 좌대로 공간을 입체적으로 연출하기도 한다.

한편 《아워세트: 아워레이보X권오상》(2022,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 수원) 전시에서는 크리에비티브 그룹 아워레이보와의 협업을 통해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 하는 공간에 작가의 다양한 연작을 매치함으로써 일반 미술관에서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인 전시를 선보였다.

조각 작품에서의 좌대, 그리고 전시장에서의 작품 디스플레이는 작품의 완결성과 가치를 상징하고 작품과 관람자의 관계를 설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를 변주하며 예술의 공간을 탐색하는 권오상의 작품이 더욱 더 자유롭게 읽힐 수 있는 지점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권오상 작가가 갖는 입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는 국내 현대미술계의 발전과정과 함께 성장해온 작가이기도 하다. 전 세계 현대미술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을 이룬 2000년대는 한국 미술 시장의 활황기이기도 했다. 주류 미술계라 불리는 서구에 비하면 아직 발판이 부족했지만 그만큼 국내 미술계는 시도해볼 일도 많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현재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1세대 대안공간들이 생겨나고 있을 무렵, 권오상은 대안공간 루프의 그룹전 《진공포장》(1999, 서울)로 데뷔했다. 어떤 비평가는 이를 “어떤 누구보다도 빠르고, 세련되고, 완벽한 데뷔였다.”(류한승)이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권오상이 데뷔 때부터 받아온 평단과 미술시장의 관심을 짐작게 한다.

그 후 국제갤러리 전속작가, 아라리오 갤러리 전속작가를 거치며 국내외 미술관과 비엔날레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국 미술계의 급변기와 미술시장의 활황기, 그리고 한국미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최근까지 20여 년간 작가와 미술계가 상호 성장을 이루며 지금의 한국 현대미술의 형세를 그려왔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며 큰 의의가 있다.

권오상의 작품들이 갖는 독창성과 중요성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그의 작업은 현대사회의 현실반영과 함께 조각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술사에 중요한 획을 그었고 이러한 점에서 2002년부터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국가에서 그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영국의 아시아 트리엔날레와 맨체스터 시립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이다.

영국의 한 단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영국 아시아 트리엔날레 맨체스터의 관계자와 연이 닿았고, 거기에서 다시 맨체스터 시립미술관과도 관계를 맺게 된다. 시립미술관에서는 실물 크기의 ‘데오도란트 타입’ 작품 14점이 전시되었고 하루 최대 87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 2008~2009년 해당 미술관의 방문객이 약 420,000명이라 하니 관람객 수 로만 보아도 영국에서도 그의 작품이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영국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젊은 신진 작가로서 오직 작품만을 가지고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시장인 영국의 예술기관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은 그의 작품에 그만큼 미술사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Metal Fluid: 은반은 뜨거운 빛으로 너울대다” 2023년 3월 12일까지 박태준기념관에서 개최
A Team

한국 철강사를 다루는 박태준기념관에서 3월 12일까지 개최하는 “Metal Fluid: 은반은 뜨거운 빛으로 너울대다”전은 한국을 중심으로 입체 작업을 하며 탄탄한 이력을 쌓아 온 강선미, 강재원, 권오상, 김동해, 변상환, 정소영, 최고은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Poster image of "Metal Fluid" at the Park Taejoon Memorial Hall, Busan. Courtesy of the memorial hall.

건축물도 감상의 대상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공간과 어우러진 전시가 늘어나고 있다. 2021년 12월 부산 기장군에 세워진 박태준기념관은 철제를 활용한 구조물을 통해 빛과 선을 강조한 공간이다.

철강왕이라고 불리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기리는 이 건물은 상설 전시 공간으로서 젊은 예술가들의 전시, 교육, 공연 등 여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기념관은 박태준 명예회장의 전기(傳記)뿐만 아니라 철광석의 발견부터 금속성의 탐구 그리고 금속을 소비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까지 아우르는 한국 철강 역사를 다룬다.

Courtyard view of the Park Taejoon Memorial Hall, Busan. Courtesy of the memorial hall.

지난 2022년 12월 20일 개관 1주년을 맞이한 박태준기념관은 스페이스 소의 송희정 큐레이터를 초청해 기념관의 설립 의도에 호응하는 전시 “Metal Fluid: 은반은 뜨거운 빛으로 너울대다”를 개최했다. 

3월 12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강선미, 강재원, 권오상, 김동해, 변상환, 정소영, 최고은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 작가들은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출생해 입체 작업을 하는 작가들로 한국을 중심으로 꾸준한 활동을 펼치며 탄탄한 이력을 쌓아왔다.

Exterior view of the Park Taejoon Memorial Hall, Busan. Courtesy of the memorial hall.

해당 전시는 ‘철’을 키워드로 하고 있지만 단순히 단단한 고체 덩어리라는 재료를 중심으로 하지는 않는다. 전시는 철이 갖는 특유의 반짝이는 광택, 두드리면 얇게 펴지는 전성(展性), 가늘고 길게 늘어나는 연성(延性) 등 ‘금속’이 가지는 특성을 다각도로 바라보고 새로운 해석을 더하며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Installation view of Sun Mee Kang's artworks in "Metal Fluid" at the Park Taejoon Memorial Hall, Busan. (December 20, 2022 – March 12,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memorial hall.

강선미(b. 1977) 작가는 경험한 장소에 대한 감각과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현상들을 기하학적 패턴의 드로잉으로 구현한다. 그는 특히 라인 테이프나 시트지를 활용해 전시 공간의 벽면에 이미지를 그리거나 텍스트를 붙이는 작업을 해 왔다. 그는 관습적으로 사용되는 미술 재료에서 벗어나 전시가 끝나면 사라질 작품을 만들어 크게는 시간의 유효함을 이야기하며, 나아가 현대 사회나 개인적인 삶에서 일어난 다양한 문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미래의 과거’는 철의 원재료인 철광석이 가지는 특유의 무늬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기념관의 원형 공간에 그려진 작품은 켜켜이 쌓인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발생될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Installation view of Jaewon Kang's artworks in "Metal Fluid" at the Park Taejoon Memorial Hall, Busan. (December 20, 2022 – March 12,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memorial hall.

강재원(b. 1989) 작가는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디지털 조각을 전개한다. 3D 소프트웨어 안에서 조각을 만들고, 조각이 놓인 환경을 구현하며 조명을 렌더링해 조각의 물성을 찾아간다. 화면에 비친 공간 안에서 강재원 작가의 조각은 클릭 한 번으로 이동되고, 이전의 형태로 회복되며, 복제도 이뤄진다. 현실 세계에 구현된 그의 조각은 마치 묵직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사실은 가벼운 재료에 공기를 주입하면 되는 인플레이터블(Inflatable)로 제작된다.

강재원 작가는 전통적 조각의 모습에서 벗어나 미래의 조각을 상상하는 작업을 이어 나간다. 우리에게 익숙한 조각은 그 부피와 무게로 인해 어떠한 물질적 특성을 가지며 나아가 이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신체를 움직여야만 한다. 하지만 강재원 작가의 작품은 그러한 조각의 특성을 전복시킨다. 해당 전시에서 강재원 작가의 작업들은 얇게 펴지고 늘어나는 전성을 지닌 금속의 질감과 특유의 광택을 발하며 마치 진짜 금속인 듯 서 있기도 하며, 디지털 공간 내에서 현실 세계를 모사하기도 한다.

Installation view of Osang Gwon's artwork in "Metal Fluid" at the Park Taejoon Memorial Hall, Busan. (December 20, 2022 – March 12,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memorial hall.

권오상(b. 1974) 작가는 입체성, 무게, 볼륨감 등 조각의 특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한다. 권오상 작가는 특정 대상을 수백 번 촬영하여 다시 3차원의 조각으로 만들거나, 잡지나 인터넷의 광고 이미지를 입간판으로 세워 새로운 구도로 사진 촬영한 작업을 제작하기도 한다. 이 입간판 이미지들을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거대하게 확대하여 현실 세계의 조각으로 구현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권오상 작가는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스테빌(Stabile)을 연구한 ‘뉴스트럭쳐’ 연작을 선보인다. ‘뉴스트럭쳐’는 광고에서 모은 이미지를 평면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거대 금속판 구조물로 제작한 작업이다. 해당 연작은 새로운 관점에서 조각을 탐구한 거장의 작업을 되돌아보며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오간다.

Installation view of Kim Donghae's artworks in "Metal Fluid" at the Park Taejoon Memorial Hall, Busan. (December 20, 2022 – March 12,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memorial hall.

금속 공예를 전공한 김동해 (b. 1987) 작가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식물 형태의 오브제를 만든다. 차갑고 딱딱한 금속은 작가의 손길을 통해 유기적 형태와 구조를 갖게 된다. 작가는 식물의 조형적 특징을 탐구하여 금속의 선재와 판재들이 연결되는 기하학적이고 관계적인 구조를 구축한다. 작가는 금속을 단순히 식물의 모습으로 옮겨 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식물의 움직임, 생육 환경과 같은 식물의 생리적 특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담는다.

“메탈 플루이드”전에서 선보이고 있는 ‘기억의 통로’와 ‘풍경 I’은 금속, 식물, 자연, 환경, 관람자 등 다양한 관계를 아우르며 재료와 사물, 사람 그리고 시공간 사이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Installation view of Byun Sanghwan's artwork in "Metal Fluid" at the Park Taejoon Memorial Hall, Busan. (December 20, 2022 – March 12,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memorial hall.

변상환(b. 1986) 작가는 한국의 일상적인 도시 풍경에서 마주한 대상들을 조각으로 표현할 뿐만 아니라 회화, 조각, 판화 그리고 신체의 움직임을 개입시킨 퍼포먼스적 요소를 작품에 담기도 한다. 그는 도시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오래된 사물이나 익숙한 물건들처럼 너무 평범해서 우리가 평소에 인지하지 못하는 대상들을 짚어 낸다. 작가는 그 대상들이 차지하는 공간과 장소를 드러내어 이들의 존재감을 강조함으로써 우리가 당연시했던 정보를 반전시킨다.

변상환 작가의 ‘Live Rust-만자왕(萬磁王)’은 철이 녹슬지 못하도록 방청 페인트를 먹인 적갈색 철제 형강을 여러 장 찍어 낸 작품이다. 각 장의 인쇄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페인트가 만들어 낸 요철이 드러난다. 이런 이미지들이 반복되어 길게 나열된 기하학적 패턴은 3차원의 전시 공간을 점점 장악해 나간다.

Installation view of Soyoung Chung's artwork in "Metal Fluid" at the Park Taejoon Memorial Hall, Busan. (December 20, 2022 – March 12,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memorial hall.

정소영(b. 1979) 작가는 우리 사회를 복합적으로 살피며 그 속에 언급되지 않는 이야기와 그 안의 중요한 가치를 읽어 내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장소 특정적 설치, 조각, 영상 작업은 특히 특정 장소에 대한 지질학적·도시학적 조사와 연구를 통해 이뤄진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자연 속에서 도시가 만들어 내는 관계와 변화를 보여 준다. 작가는 땅의 침식과 퇴적 작용을 인간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로 본다. 이러한 작업은 연구와 상상을 연동하며 물질과 조각의 유연성을 실험하고 물질과 비물질, 인공물과 자연물, 과거와 미래라는 이분법적인 관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치 방에 굴러다니는 두꺼운 고무줄이나 반쯤 흘러내린 원단같은 형태를 가진 금속 판재 작품을 선보여 철의 견고함을 통해 어떠한 유연한 탄력을 보여 준다. ‘굴러온 길’은 강원도 원주에서 철수한 미군 캠프가 시민에게 개방되면서 설치한 작품으로 한미 동맹과 민간 복지의 경계 사이를 구르는 현대사를 담았으며, ‘항해자’는 시공간이 휘어지는 우주 공간을 상상한 작품이다.

Installation view of Choi Goen's artworks in "Metal Fluid" at the Park Taejoon Memorial Hall, Busan. (December 20, 2022 – March 12,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memorial hall.

최고은(b.1985) 작가는 냉장고, 밥솥, 에어컨과 같은 가전제품이나 도시의 산업 자재들을 좌대에 올려놓아 일상 사물이 원래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기능을 삭제하고 사물 자체의 순수한 미학적 특성을 강조한다. 작가의 작업은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로 작용하는 존재, 자본주의 시장 안에 종속된 사물들의 관계를 끊어 내어 존재들의 의미를 환기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선베이크’와 ‘트로피’는 수도 설비용 스테인리스 파이프와 동 파이프로 만들어진 조각 작품으로 길쭉한 파이프들이 격렬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보통 건물 바닥이나 벽면 안쪽으로 가려진 파이프의 몸체를 밖으로 꺼냄으로써 사물들의 새로운 조형성을 드러낸다. 또한 이러한 사물들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존재하는지도 함께 보여 준다.

Articles

Editor’s Pi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