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재개관전 “낭만적 아이러니(Romantic Irony)” 2023년 3월 18일까지 개최 - K-ARTNOW
권오상 (b.1974) 대한민국, 서울

권오상은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2000)하고 동대학원 조소과 석사학위를 취득(2004)했다. 2005년부터 재(2022)까지 아라리오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 (요약)

권오상은 국내 최초의 사립 비영리 기관인 대안공간 루프(서울, 한국)에서 열린 그룹전 《진공포장》(1999)에 <쌍둥이에 관한 540장의 진술서>를 출품하였는데 이 작품은 작가 최초의 사진조각이라는 의미가 있다.

2001년에는 국내 최초의 공립 비영리 기관인 인사미술공간(서울, 한국)에서 첫 개인전 《Deodorant Type》을 개최했는데 이 때부터 권오상의 ‘사진조각’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는 LA의 앤드류 샤이어 갤러리(LA, 미국)나 유니언갤러리(런던, 영국) 그리고 아라리오 베이징(베이징, 중국)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전시활동을 펼쳤다.

특히 2008년에는 영국의 주요미술관 중 하나인 맨체스터 아트 갤러리(맨체스터, 영국)의 초청으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이 전시는 한 달 동안 맨체스터에 머물면서 제작한 신작을 포함해 총 14점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전시를 통하여 권오상은 국제무대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아 락밴드 킨의 앨범 커버를 제작하는 등 더욱 더 국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2011년에는 베를린의 안도 파인 아트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두산그룹에서 운영하는 비영리기관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입주와 함께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면서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도모한 바 있다.

권오상은 2012년 이후에도 노르웨이, 싱가포르, 파리, 일본, 호주 등 국내는 물론 전세계를 무대로 왕성하게 활동해오고 있으며 한국의 대표하는 동시대 작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룹전 (요약)

권오상은 작업 초기부터 미술계의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으면서 활동해 왔으며 세계 미술계가 호황을 누리던 2000년대에는 국내외 주요 국공립 미술관이나 기업 미술관 그리고 메이져 갤러리 에서 개최되는 수 많은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예를 들어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중·일 젊은모색》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하여 아시아 동시대 미술의 현재를 살펴보는 의미있는 전시였다.

2010년 런던의 사치갤러리에서 개최한 《Korean Eye: Fantastic Ordinary》 전은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을 초대한 전시였다. 이 전시는 당시에 매우 주목받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유럽 동시대 미술의 중심지인 런던에 소개하는 전시였는데 이를 계기로 권오상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작가들의 유럽 진출도 활발히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외에도 《Present Tense》, 2010, 캔버라 국립 초상미술관, 캔버라, 호주, 《Collector’s Stage》, 2011, 싱가포르 미술관, 싱가포르, 《On Manner of Forming》, 2012, Edwin Gallery, 자카르타, 인도네시아, 2012년 광주 시립 미술관 개관 20주년전인 《진(進).통(通).1990년대 이후 한국현대미술》. 《Tech 4 Change》, 2015, 베스트포센, 노르웨이 등 국내외 수없이 많은 기획전에 참가하여 작가의 역량을 선보인 바 있다.

수상 (선정)

작가는 제 27회 ‘김세중 청년 조각상’을 수상했다. ‘김세중 청년 조각상’은 조각가 김세중이 별세한 후, 고인의 작가적 생애를 추모하며 생긴 조각상이다.

1990년 수상분야를 세분화하여 40세 이하 청년 조각가를 위한 ‘김세중 청년 조각상’ 을 제정하였는데 작가는 2013년에 ‘데오도란트 타입’ 시리즈로 수상하였다.

작품소장 (선정)

권오상의 작품은 국내 국공립이나 사립 미술관들 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도 상당한 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국내 주요 컬렉션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서울, 한국), 삼성 리움 미술관(서울, 한국),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리움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국공립 미술관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컬렉터 중 하나인 CI KIM도 다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해외에는 David Roberts Art Foundation, The Zabludowicz Collection (런던, 영국), Burger Collection, Universal Music Group, Singapore Museum 등 유수의 미술관과 개인 컬렉터들이 권오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주제와 개념

권오상은 ‘사진 조각’의 대표 주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2차원의 사진과 3차원의 조각을 결합한 시도는 1863년 ‘Photo-Sculpture’라는 용어를 만든 조각가 프랑수아 윌렘(François Willème) 외에도 1960~1970년대에 행해진 사진과 조각을 혼합하는 예술적 실험들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권오상은 ‘사진 조각’을 그가 창안한 새로운 장르로 인식하게 할 만큼 조각과 사진을 성공적으로 융합했고, 이로써 동시대 예술의 경계를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권오상은 말 그대로 사진으로 조각을 만든다. 평면성과 가벼움이 특징인 사진으로 만드는 그의 조각은 그 재료 때문에 오히려 조각의 큰 화두들을 전면적으로 두루 포함할 수 있게 되었다. ‘데오도란트 타입’ 연작의 초기에는 가벼운 조각을 표방하며, 사진의 매커니즘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후 그가 전개한 연작을 통해 전통 조각의 의미를 되물으며 조각의 정의를 환기하거나(‘더 스컬프처’), 조각과 공간의 관계를 묻는다(‘뉴 스트럭처’).

이후 소조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가져오거나(‘릴리프’), 조각의 기본 개념인 덩어리와 양감의 패턴을 연구하기도(‘매스패턴즈)’ 한다. 즉 사진과 조각이라는 두 매체 모두 권오상의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방점은 ‘조각’에 있는 것이다.

“나는 정말 인류가 어떻게 조각을 하면서 살아왔는가와 같은 보다 근원적인 조각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데오도란트 타입,’ ‘더 플랫’, ‘뉴 스트럭쳐’, ‘릴리프’, ‘매스패턴즈’ 등과 같은 연작은 사진이나 광고 이미지, 잡지 지면,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이미지 등을 활용하여 조형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연작들이다. 이들 연작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데, 서로 다른 연작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발전한다.

이 시대의 이미지로 현대적 의미의 조각을 하는 권오상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작가 자신이,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다. 작업을 구상할 때 얼마나 많은 방법으로 읽게 될지를 고민한다는 작가는 우리 시대의 사물과 사람을 담은 사진이 만들어내는 내러티브를 열어 두고 조각과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형식과 내용

권오상 작품의 기본 재료는 사진 이미지다. 그러나 이 사진으로 입체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완성품이 지향하는 바는 결국 조각 작업과 다름없다.

실존하는 자동차를 이미지 정보만으로 실제 형상에 가까운 청동 조각으로 만들고 아크릴 물감으로 칠하는 ‘더 스컬프처’, 채집한 이미지를 평평한 원목나무 판 위에 배치하고 이 2차원 평면을 쌓아 3차원으로 구축하는 ‘릴리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물들을 한데 붙여 새로운 양감으로 재편함으로써 양감의 구성을 실험하는 ‘매스패턴즈’ 등의 연작은 권오상의 작업이 조각가의 조각품이라는 점을 두드러지게 드러낸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권오상의 모든 작품들이 조형성 탐구라는 핵심 목표 아래에 지속해서 변형되고 확장되어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권오상이 작품을 전시할 때의 좌대 활용 방식과 공간 연출 또한 주목할 만한 요소이다. <집착으로 구성된 440장의 가족사진>(1998-1999)이나 근작 ‘비스듬히 기댄 형태’처럼 좌대 없이 공간에 놓인 작품도 다수 있지만,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수영장’ 시리즈를 그대로 좌대로 가져온 < Hockney >(2013)과 같은 작품도 있다. 2008년 맨체스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Deodorant Type: Sculpture by Osang Gwon》처럼 작품마다 다른 높낮이의 좌대로 공간을 입체적으로 연출하기도 한다.

한편 《아워세트: 아워레이보X권오상》(2022,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 수원) 전시에서는 크리에비티브 그룹 아워레이보와의 협업을 통해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 하는 공간에 작가의 다양한 연작을 매치함으로써 일반 미술관에서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인 전시를 선보였다.

조각 작품에서의 좌대, 그리고 전시장에서의 작품 디스플레이는 작품의 완결성과 가치를 상징하고 작품과 관람자의 관계를 설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를 변주하며 예술의 공간을 탐색하는 권오상의 작품이 더욱 더 자유롭게 읽힐 수 있는 지점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권오상 작가가 갖는 입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는 국내 현대미술계의 발전과정과 함께 성장해온 작가이기도 하다. 전 세계 현대미술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을 이룬 2000년대는 한국 미술 시장의 활황기이기도 했다. 주류 미술계라 불리는 서구에 비하면 아직 발판이 부족했지만 그만큼 국내 미술계는 시도해볼 일도 많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현재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1세대 대안공간들이 생겨나고 있을 무렵, 권오상은 대안공간 루프의 그룹전 《진공포장》(1999, 서울)로 데뷔했다. 어떤 비평가는 이를 “어떤 누구보다도 빠르고, 세련되고, 완벽한 데뷔였다.”(류한승)이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권오상이 데뷔 때부터 받아온 평단과 미술시장의 관심을 짐작게 한다.

그 후 국제갤러리 전속작가, 아라리오 갤러리 전속작가를 거치며 국내외 미술관과 비엔날레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국 미술계의 급변기와 미술시장의 활황기, 그리고 한국미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최근까지 20여 년간 작가와 미술계가 상호 성장을 이루며 지금의 한국 현대미술의 형세를 그려왔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며 큰 의의가 있다.

권오상의 작품들이 갖는 독창성과 중요성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그의 작업은 현대사회의 현실반영과 함께 조각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술사에 중요한 획을 그었고 이러한 점에서 2002년부터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국가에서 그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영국의 아시아 트리엔날레와 맨체스터 시립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이다.

영국의 한 단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영국 아시아 트리엔날레 맨체스터의 관계자와 연이 닿았고, 거기에서 다시 맨체스터 시립미술관과도 관계를 맺게 된다. 시립미술관에서는 실물 크기의 ‘데오도란트 타입’ 작품 14점이 전시되었고 하루 최대 87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 2008~2009년 해당 미술관의 방문객이 약 420,000명이라 하니 관람객 수 로만 보아도 영국에서도 그의 작품이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영국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젊은 신진 작가로서 오직 작품만을 가지고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시장인 영국의 예술기관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은 그의 작품에 그만큼 미술사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재개관전 “낭만적 아이러니(Romantic Irony)” 2023년 3월 18일까지 개최
A Team
Exterior view of Arario Gallery Seoul. Courtesy of the gallery.

1989년 천안에 개관한 아라리오갤러리는 2006년 4월 6일 소격동의 옛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해 서울 지점을 처음 열었다. 이후 2014년 삼청동으로 이전한 서울 지점은 8여 년간 이곳에서 운영된 후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하기 위해 2022년 1월 중순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공사로 인해 지난해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지하 공간에서 임시로 운영되었던 갤러리는 미술관 바로 옆, 사무실로 쓰이던 기존 건물을 개조하는 기나긴 공사 끝에 지난 2월 1일 드디어 지상 6층, 지하 1층 공간을 오픈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새 건물에서 재개관한 기념으로 전속 작가인 권오상(b. 1974), 이동욱(b. 1976), 김인배(b. 1978), 안지산(b. 1979), 노상호(b. 1986) 등 작가 5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낭만적 아이러니(Roman Irony)”전을 2월 1일부터 3월 18일까지 선보인다. 

국내에서 전속 작가제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면 아라리오 갤러리를 빼놓을 수가 없다. 아라리오갤러리는 2005년 국내에서는 거의 전무했던 전속 작가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작가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갤러리의 역할을 재정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개관전으로 5명의 전속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인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아라리오갤러리의 중요한 행적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서울 지점에서의 새 출발에 대한 기대를 담은 것은 아닐까 한다.

Gwon Osang, ‘Four-Piece Composition Reclining Figure,’ 2022-2023,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180 x 90 x 11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권오상과 이동욱 작가는 아라리오갤러리가 처음 전속 작가 시스템을 도입해 10여 명의 작가와 파격적인 전속 계약을 맺었던 2005년에 영입되었다. 얼마 뒤 김인배 작가도 갤러리에 소속되어 서울 지점이 삼청동 위치로 옮기면서 그의 개인전으로 재개관을 한 바 있다. 안지산 작가와 노상호 작가도 아라리오갤러리와 꾸준히 활동해 온 작가들이다.

권오상, 이동욱, 김인배, 그리고 안지산 작가는 한국 미술 시장의 규모가 급성장하며 다양한 대안 공간이 생기고 공공영역에서 다양한 지원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2000년대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 작가들이다. 반면, 노상호 작가는 2010년대 신생 공간이 폭발적으로 생겨나던 시기에 작가로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다섯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프리드리히 슐레겔(F. Schlegel, 1772–1829)의 ‘낭만적 아이러니’라는 개념을 가져왔다. 이는 예술 양식, 특히 문학에서 말하는 반어(反語) 효과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슐레겔은 자기 파괴와 자기 창조, 양극에 위치한 사유를 자유롭게 오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자체에 주목했다.

예술에서 이러한 갈등 과정은 끊임없는 자기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절대적이거나 완전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전시는 이러한 슐레겔의 생각을 차용해 끊임없는 자기 반성과 자기 논쟁을 넘어서서 건설적이고 창조적인 예술로 향하는 참여 작가 5인의 작업을 조명한다.

Exhibition view of Gwon Osang’s artworks in “Romantic Irony" at Arario Gallery Seoul. (February 1, 2023 - March 18,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gallery.

권오상(b. 1974) 작가는 사진 매체와 같은 평면 이미지를 활용하여 조각의 개념을 확장하고 나아가 조각 장르의 형태를 끊임없이 실험해 왔다. 작가는 인화된 사진을 수백 장씩 출력해 꼴라주 방식으로 사람, 동물, 물건 등을 조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권오상 작가는 갤러리 5층 공간에서 총 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수백 수천 장의 이미지를 모아서 입체적 형상을 구축하는 권오상 작가의 작업은 필연적으로 분절된 이미지를 만든다. 이러한 특성을 통해 작가는 조형적 실험뿐만 아니라 조각이 내포하는 공간을 독특한 방식으로 실험한다.

권오상 작가는 이번에 20세기 현대 조각의 거장인 헨리 무어(Henry Moore, 1898-1986)와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 1876-1957)의 조각에서 영감을 얻어 그들의 작품을 오마주 했다. 작가는 현대 조각의 거장들의 작품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현함으로써 인체와 여러 사물들의 유기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를 탐구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동시대 조각을 사유했다. 

Lee Dongwook, 'Slide,' 2023, Mixed media, Dimension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이동욱(b. 1976) 작가는 3층 공간에서 8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그는 자신을 표상하는 15센티미터 크기의 벌거벗은 인물상을 만든다. 이러한 소형 인물들을 중심으로 작가는 개인의 관심사를 표현하거나 현실에 대해 고발하며 무엇보다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통찰한다.

최근 작가는 인간을 둘러싼 건축 구조, 기하학적 구성물 등 여러 인공적 공간에 관심을 갖고 이러한 공간을 구성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한 생각을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인간의 피부를 연상시키는 분홍색 물질과 차가운 느낌의 알루미늄을 여러 형태로 대비시킨다. 특히 두 물질은 벌집 모양의 허니콤 패널과 같은 구조물 속에 공존한다.

소형 인물상은 차가운 허니콤 패널과 합체하기라도 한 듯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겨우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전시장 중앙의 미끄럼틀 형태의 구조물은 알루미늄 판뿐만 아니라 피부와 같은 물질로도 만들어져 있다. 이는 인공적 구조물, 자연, 따뜻할 것 같지만 차갑고도 끈적한 인간의 긴장감 넘치는 공존을 그리며 인간 사회에 대한 작가만의 통찰을 표현한다.

Exhibition view of Kim Inbai’s artworks in "Romantic Irony" at Arario Gallery Seoul. (February 1, 2023 - March 18,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gallery.

김인배(b. 1978) 작가는 사회적 인식과 편견에 의문을 던지는 작업을 한다. 작가는 인체를 변형하여 기존의 인식을 깨거나 움직이지 않는 입체 작업을 하여 고정된 상태 속 움직임이라는 모순적인 상황을 만들어 우리의 고정 관념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고 색다른 감각적 경험을 제시한다.

갤러리 1층에 전시된 김인배 작가의 작품 4점은 입구에 “3개의 안개”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접촉’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전시장에 있는 작품들은 다양한 의미에서 접촉이 불가하다. 

우선 전시장 앞 문구에 있는 안개는 셀 수 없는 대상이다. 또한 경기도 파주의 지도를 얇은 합판으로 만들어 5.6미터까지 쌓아 올린 작품 ‘안개’(2023)는 읽을 수가 없다. 정형과 비정형으로 만들어진 2개의 프로펠러 작업 ‘변신’(2023)은 고정되어 있으며, 분필의 재료로 만들어진 칠판과 칠판의 재료로 만들어진 분필로 이뤄진 ‘칠판과 분필’, 앞면과 뒷면, 바깥과 안쪽이 마주하는 구조로 만들어진 ‘거울’이라는 작품이 전시 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접촉이라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인식을 교란시키며, 함께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Exhibition view of Ahn Jisan’s artworks in "Romantic Irony" at Arario Gallery Seoul. (February 1, 2023 - March 18,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gallery.

안지산(b. 1979) 작가는 자신의 회화 작품에 어떠한 특정한 상황을 설정하여 불안을 그려 낸다. 최근 작가가 부여한 특수 상황은 ‘폭풍’이었다. 작가는 다가오는 폭풍을 예감했을 때, 그리고 들이닥친 폭풍을 마주했을 때 우리 내면에 잠재하는 불안감과 불길함을 끄집어내 눈앞에 펼쳐 낸다.

지난번 개인전에서 돌산에 불어닥친 비 폭풍을 그려 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눈보라를 헤치며 사냥과 채집을 하는 상황을 그렸다. 폭풍이 그러하듯, 사냥과 채집은 자연 생태계의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긴장감과 공포를 자아내는 극적 상황이다. 작가는 이러한 두 개의 극적 상황을 함께 놓음으로써 일생 동안 우리가 마주하는 모순적인 순간들을 극대화시킨다.

작가는 제어 불가한 거대한 자연의 숭고미와 경외감을 표현하면서도 살기 위해 눈보라에 맞서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서로 부딪쳐야만 하는 순환 관계를 표현함으로써 깊은 불안 그리고 긴장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Exhibition view of Noh Sangho’s artworks in "Romantic Irony" at Arario Gallery Seoul. (February 1, 2023 - March 18,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gallery.

갤러리의 4층에는 노상호(b. 1986) 작가의 새로운 연작 ‘Holy(홀리)’가 전시되어 있다. 노상호 작가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등 가상 세계에서 수집한 이미지들을 편집해 작가만의 이야기를 불어넣거나 새로운 구성으로 재조합해 감각적인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디지털 세계가 점점 커져 가는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이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전작들과는 조금 다르게 이번 연작에서 작가는 현실에 존재하는 이미지와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이미지들을 혼합하여 보여 준다.

가상에 존재하는 이미지이더라도 이는 모두 현실에서 출발한 것이며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도 모두 현실 세계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 세계의 이미지와 디지털 세계의 이미지는 다른 방향으로 소비된다. 작가는 이러한 점을 주목해 작업을 했다.

그는 또한 작품에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기도 했다. 작가는 AI(인공 지능) 생성 이미지 도구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를 가장 고전적인 장르인 회화로 표현한다. 매끈한 디지털 화면을 표현하기 위해 에어브러시를 사용하고, 특수 안료나 석고를 활용해 표면에 두께감을 주어 고전적 회화의 특성과 디지털 화면의 특성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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