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IGEE ARTIST #3 홍경택 "Green Green Grass" : I just want a perfect world - K-ARTNOW
홍경택 (b.1968) 대한민국, 서울

홍경택은 경원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지금까지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다.

개인전 (요약)

2000년 인사미술공간에서 첫 개인전인 《신전(神殿)》 (2000, 인사미술공간, 서울, 한국) 을 개최했다. 전시는 공모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이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미술계에 공식적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자신만의 분명한 세계를 찾고 있는 젊은 작가로 작품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5년 아르코 미술관 재개관전을 기념해 열린 개인전에서 《Funkchestra》 (2005, 아르코 미술관, 서울, 한국) 라는 새로운 형식의 연작을 선보였다.

이전까지는 일상적인 사물들 (책, 연필, 펜 등) 을 주제로 했다면 ‘훵케스트라’ 시리즈는 음악을 주제로 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의 진동과 멜로디를 색채와 조형으로 표현하며 유명인사들과 기호, 텍스트를 결합시켰다.

작가는 두산갤러리 뉴욕 레지던시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는데 이때 《Pens》 (2010, 두산갤러리, 뉴욕, 미국) 를 개최했다. 이 전시에는 화려한 색채의 다양한 볼펜과 연필들을 빽빽하게 모아 놓은 ‘Pen’ 연작 중 두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중 Pen 3 은 2000년부터 1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으로, 이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였다.

2019년 《Great Obsession》 (2019, 인당 뮤지엄, 대구, 한국) 전시를 진행했다. 이 전시는 홍경택의 작품 활동 초창기부터 당시까지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할 수 있는 전시로 작은 회고전의 개념이었다. ‘펜’, ‘서재’, ‘훵케스트라’, ‘손’ 시리즈와 함께 작가가 수집한 소장품까지 59점을 전시했다.

그룹전 (요약)

작가는 2007년에 한국현대미술을 해외에 알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진행된 단체전 《한국현대미술 중국전:원더랜드》 (2007, 베이징 국립미술관, 베이징, 중국)에 참가하였다.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주관으로 당대 한국에서 전도유망한 작가들을 선정했다. 홍경택, 권오상, 이형구, 최우람 등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 41점을 해외에 소개했다.

같은 해 칠레의 산티아고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현대미술 중남미 순회전 – 박하사탕》 전 에도 참여했는데 이 전시는 2008년에 아르헨티나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옮겨 전시를 이어 나갔다. 이 전시를 통해 아시아 뿐만 아니라 남미에서도 작가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2012년 두산갤러리가 재개관 기념 전시 《RE-OPENING DOOSAN GALLERY SEOUL》 에 참여했다. 이 전시에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두산 레지던시 뉴욕 입주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작가들이 선정되어 그들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외에도 《한 ․ 일 현대미술특별전 – 참 우정의 형태》 (2005, 세종문화회관, 서울, 한국), 《Wall Screen Project: 움직이는 훵케스트라》 (2013, 삼성 리움 미술관, 서울, 한국), 《디지 펀 아트 : 도시풍경》 (2015,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비포 더 비기닝 에프터 디 엔드》 (2016, K현대미술관, 서울, 한국), 《A different Similarity》 (2009, 센트럴 이스탄불 미술관, 이스탄불, 터키) 등 국내외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작가는 2013년 ‘제 14회 이인성 미술상’ 을 수상했다. 작가는 최연소 수상자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 동시대 미술계를 이끌어 나갈 역량이 있는 작가라고 평가받았다.

심사위원진은 디자인과 회화, 팝아트와 사실주의를 혼합한 조형성은 물론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으로 포스트-포토 페인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작품소장 (선정)

작품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서울, 한국), 삼성 리움 미술관(서울, 한국) 일민미술관(서울, 한국), 두산갤러리(서울, 한국) 아모레퍼시픽(서울, 한국) 등이 있다.

주제와 개념

홍경택은 펜, 연필, 책 등 일상적인 소재로 현대인의 집착적인 욕망이라는 주제의 작업을 오래 해왔다. 형형색색의 원색으로 캔버스를 채운 ‘연필’ 또는 ‘펜’은 “순간적인 화려함, 훔쳐보기의 장치들, 유아적이고 촉각적인 물건의 배치, 이들은 에로틱함과 함께 그의 부산물인 공허를 이끌어” 내는 장치다.

펜은 일상의 사물이기에 일견 가벼운 소재일 수 있으나 작가는 펜 뚜껑의 형태로 등장하는 해골, 인형 등의 알레고리, 집적된 화면 구성, 글쓰기의 무게라는 진중함의 암시로 현대인의 이중적이며 강박적인 욕망을 다룬다.

‘서재’ 연작은 조선 후기 책가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밀폐된 듯 보이는 서가를 플라스틱 같은 매끈한 질감의 책과 홀로 있는 인물, 전통 회화의 도상으로 채운다. 은둔하는 선비의 공간을 현대적으로 변용함으로써 현대인의 충돌하고 증식하는 욕망을 녹여낸다.

홍경택은 일상적인 사물이라는 소재의 가벼움을 통한 욕망의 표현을 넘어서서 삶과 죽음, 종교와 세속 등 다양한 삶의 속성에 대해 말하는 작품으로 나아간다.

펑크와 오케스트라의 합성어인 ‘훵케스트라’를 제목으로 한 일련의 작품들이 색감과 흑백, 패턴(추상)과 리얼리즘, 성과 속, 폐쇄와 분출,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회화와 디자인, 종교와 포르노를 교차하는 그의 진일보한 작품세계를 잘 보여준다.

한편 2014년 개인전 《그린 그린 그래스》(페리지 갤러리, 서울)에서 전시한〈반추 1〉(2013),〈서재-골프장〉(2014),〈연필그림-여섯 개의 하늘〉(2014) 등에 풍경이 등장한다. 형식적으로는 우주, 서재 등을 배경으로 패턴화된 사물이 등장하는 그의 전형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골프채에 작가와 작업실의 모습이 반사되거나, 동심원을 그리는 하늘 위에 연필이 그려지고, 서재와 골프장 풍경이 결합된다. 이로써 작가는 공간을 중첩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차원에 질문을 던지면서, 인공적이지 않은 소재로 인간의 꿈과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풍경을 표현하는 변화를 보인다.

이 외에도 홍경택은 두 손을 중심으로 다양한 도상을 접목해 신성과 악마성, 그리고 인간성을 표현하는 ‘모놀로그’ 연작, 기계와 생명의 대비를 통해 고통을 고민하는 ‘곤충채집’ 연작 등도 선보였다.

“종교에서 포르노까지 우리 시대의 모습을 생생한 날것 그대로 그리고 싶다.”는 홍경택의 말처럼, 그의 작업은 현대의 시각정보에 대한 감각의 추구와 함께 존재성 및 양가성에 대한 고민이자 하나의 작가적 컬렉션이다.

형식과 내용

1960년대 팝아트에서부터 고급문화인 순수 회화에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따라서 현란한 원색과 강한 대비의 색감, 리듬감 있는 화면 구성, 일상적 소재와 대중문화의 아이콘 차용이라는 특징을 지닌 홍경택은 한국의 팝아트의 중요한 한 장을 기록한다.

그러나 그의 작업을 단순히 팝아트라는 장르로만 분류하기에는 그 스펙트럼이 넓다. 오히려 대중문화와 미술이라는 장르를 효과적으로 혼합하여 비판적인 시선으로 동시대성에 대응해온 작가라는 평이 더 적절할 듯하다.

‘휑케스트라’ 에서 보이는 선동적인 굵은 고딕체의 글자와 사실주의적인 묘사의 결합은 전통적인 포스터의 형태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해골과 나비 같은 바니타스 회화의 전통적인 도상들은 전통 회화와의 연결점을 시사한다.

한편, 〈Urban Symphony〉 (2016)과 같은 영상 작업으로 발표하거나 색실로 공간을 채운 설치작품 〈코쿤〉(2007)과 이를 패션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재구성하여 《VOGUE: Fashion into Art》 전시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홍경택은 소재와 형식 면에서도 한 자리에 머물지 않으며 꾸준히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홍경택은 한국 현대미술계의 발전, 그리고 미술시장의 국내외적 성장과 함께 걸어온 작가이다. 전 세계 현대미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을 이룬 2000년대는 한국 미술 시장의 활황기이기도 했다.

당시 국내 갤러리들이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국내 작가를 공격적으로 해외에 소개하고 있었고, 홍경택은 유수의 옥션과 아트페어에 활발하게 참가해왔다. 그의 작품 〈연필 1〉이 2007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 등에서 한국 작가 최고가를 경신한 이래, 그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안목 높은 컬렉터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왔다.

그는 작업 초기에는 주로 해외 아트페어와 경매에서 작품을 팔고 국내에서는 미술관 위주로 전시하는 방식으로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의 균형을 잡아왔다. 그러나 그의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으면서, 국내에서는 100차례 이상의 그룹전 참가하여 작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한국 현대미술 러시아》(2008, 더 센트럴 하우스 오브 아티스트, 모스크바, 러시아), 《한국 현대미술 중남미 순회전: 박하사탕》(2008, 아르헨티나 국립현대미술관,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A Different Similarity》(2009, 산트랄 이스탄불 미술관, 이스탄불, 터키 / 2010, 보훔 뮤지엄, 보훔, 독일)에 참가하는 등 해외 미술계에도 작품을 널리 선보이고 있다.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의 다리를 이어온 홍경택의 최근 행보는 더욱 새롭다. 작가의 작품 스타일과 스테이트먼트를 딥러닝한 인공지능 기술로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창작물을 선보인 기획전 《Art match-mashups: 예술을 배운 기계, 인공지능을 만난 예술의 융합》 전시(2021, 영은미술관, 서울)에 참가하였다.

또한 NFT 작품을 발표하고 NFT 작품과 디지털 아트를 주제로 한 전시 《Amulet: 호령》에 참가하는 등 작가로서의 활동 반경과 작품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PERIGEE ARTIST #3 홍경택 "Green Green Grass" : I just want a perfect world
신승오 | 페리지갤러리 디렉터

홍경택은 자기 자신으로 대변되는 현대인의 집착적인 욕망을 수집된 특정한 오브제인 펜과 연필, 책, 그리고 다양한 패턴으로 보여주었고, 현대사회에서 영적인 것과 대중적인 것, 고급과 저급한 것들의 차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펑크음악과 유명 인사들이 결합된 훵케스트라 작업을 선보여 왔다.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이런 시리즈들 외에도 다양한 페인팅과 자신의 작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상작업까지 그 작업의 폭을 넓혀왔다. 그리고 많은 평론가들은 그의 작업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을 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홍경택의 작품에서 발견되는화려한 색상과 일상적인 소재 그리고 이들이 화면 전체에 꽉 들어차 나타나는 패턴과 움직임에 유명 인사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래의 작업들은 이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추 2, Reflection 2, 2013, Oil on linen, 200x200cm

여기서 일단 <반추(反芻)>라는 제목의 작품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은 형식적으로는 우주를 배경으로 골프채를 패턴화된 꽃으로 그려낸 그의 전형적인 작품이다. 여기서 우리는 제목인 ‘반추’라는 단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반추(反芻)는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거나 생각한다는 뜻이다. 무엇을 돌아보고 음미하여 생각했을까? 아마도 이전까지의 넘치는 에너지와 색들로 가득 찬 이미지들로 채워진 본인의 작업과 작업과 함께 해온 시간과 작가 자신의 내면적 변화를 되돌아보지 않았을까? 이러한 가정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이 작품 안에는 골프채에 반사된 작가의 모습과 작업실의 모습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전까지의 작업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던 작가의 존재와 작업실의 공간이의도되었든 우연적으로 그려지게 되었는지에 상관없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이후의 작업에서 풍경을 바탕으로 한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이러한 추측이 가능하다.근작들은 이전의 그의 상징같이 사용되던 일상적인 소재의 패턴이나 화려한 색이 사용되기 보다는 풍경을 기본으로 하며, 원색이 아닌 차분한 색을 사용하여 이전의 작업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는 마치 작가가 이전의 작업까지 쉴새 없이 강렬한 이미지로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에집중하였다면, 이제는 마치 잠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숨고르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Installation view of "Green Green Grass"

홍경택의 새로운 경향을 살펴보기 전에 작가의 작업방식을 잠깐 짚고 넘어가보자. 이전의 다른 인터뷰나 글들에서보이는 작가의 개인적인 성향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작가는 최대한 규칙적으로 작업을 하며, 자신의 작업실에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공간을 잘 벗어나지 않는다. 그에게 작업실의 공간은 자신만의 세상이며,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자신만의 작은 공간 안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자신만의 소우주이다. 이는 과거에는 독특하게 보였을지 모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공간에서 모든 것을 읽고, 경험하고, 느낀다.

이는 마치 자신이 세상을 알기 위해 직접 그 세상으로 뛰어들어 온갖 경험을 하여 세상의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나의 공간으로 끌어들여 나만의 세상을 구축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현재의 일상적 생활방식으로 작가는 세상을 바라본다. 그렇다면 작가는 자신의 방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그려내고 있는 것인가?이전의 작업들에서 홍경택이 그려내는 화려한 모습들은서글픈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유한한 인간이 꿈꾸고 바라는 세상은 결국 죽음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그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 속에는 다양한 욕망들이 충돌하고 갈등을 빚고 화려함 속에 어두움을 감추려 하고 있다.그가 그려낸 사물들은 다른 것들에 비할데없이 화려한 겉치장 아래 환영으로서만 살아있는 인공적인 것들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이 욕망에 가득 차 있으며, 인간의 욕망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으며,마치 태양처럼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내려주는 존재로 보인다.대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어 왔지만 그가 이야기 하고 있는 다양한 것들의 수집과 욕망, 죽음은 항상 작품의 화려함의 뒤에 감추어져 은밀하면서도 강렬하게 우리에게 전달 되어왔다.

그러나 근작에 등장하는 골프장의 풍경, 하늘, 우주, 에베레스트 산은 이전 작업들과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작가는 이러한소재들을 통해 인간의 꿈과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풍경을 선보인다. 골프장은 잘 다듬어 져 있는 디자인된 아름다운 공간이면서도 서민들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아직도 고급스포츠로서 골프는 일반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또한 골프는 비즈니스의 장소로 인식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풍경 이면에서 우리는 이러한 욕망과 집착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자연은 인공적인 공간과 다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높은산, 하늘, 우주 등 인간이 경외심을 가지고 바라보았던 자연은 항상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과 꿈을 주기도 하였으며다양한 전설과 설화와 같은 이야기를 생산해 내는두려우면서도 성스러운,신비로운 존재였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은 인간에 의해어느샌가변질되어 분석되고, 파헤쳐지고, 정복해야할 대상으로, 무엇인가를 이루고 소비하기 위한 욕망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물리적으로 나눌 수 없는 하늘도 가상의 선들로 구분 짓는 것이 현재의 하늘이며, 우주에는 수많은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인공위성들을 쏘아 올린다. 다시말하면 홍경택의 작품에 등장하는 풍경들은 더 이상 낭만적인 꿈을 꾸게 하는 풍경이 아니라 욕망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아름다운 풍경이다.  

Installation view of "Green Green Grass"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자연뿐만 아니라 인공적인 풍경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고 안식을 얻는 것일까? 인간은 대상을 분류하고 범주화하고 판단하고 느끼는 인식의 체계를 가진다.사실 지금의 세상은사람에 의해규정되어 관리되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이는 자연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인공적으로 만든 자연과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우리의 상식 안에서 규정된 풍경을 사랑한다. 우리의 인식과 상식에서 벗어난 자연은 불온한 것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우리가 규정하는 모든 것들, 그리고 우리가 관리하고 조정할 수 있는 것들에서 우리는 욕망을 발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식을 얻기도하며 혹은 마음의 정화를 얻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더 이상 영혼의 눈으로 대상을 바라보기 보다는 육체의 눈을 통해이상보다는 현실을 향한 꿈을 찾는다.이렇게 오늘날 현대인들은 물질적으로는 풍요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더욱 더 피폐해져만 간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피폐한 정신을 더욱 더 감각적인 쾌락을 통해 ‘마비시키고자’ 한다. 이는 현대인의 숙명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공적인 것에 익숙해지고 다듬어진 것 안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또 한편으로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자연이라는 것이 사람이 만들어 놓은 인공적인 것이 없다면,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쉴 수 있는 대상으로써 받아들여 지겠는가?’ 라는 역설도 가능하다. 세상 온 천지에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공간은 없다. 이렇게 한치의 틈도 없는 공간에서 우리는 그나마 사람들의 영향을 그나마 덜 받은 자연을 반대 급부적으로 그리워하는 것이다. 결국은 인공적이든 자연적인 풍경이든 모두 아이러니 하게도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 의미를 부여 받고 안식과 휴식의 대상으로서 위치를 갖는다. 이렇게 현대인들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유형 혹은 무형의 것들 안에서 안정을 얻고 안락함과 평화를 느끼는 것이다. 결국 홍경택의 작업은 이러한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들의 모습과 환경을 사유하게 만든다.이는 미술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미술은 현실인 자연을 모방하는 데에서 벗어나 예술자체의 예술을 추구해 온지 오래되었다.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예술이라는 응축물은 오로지 하나의 정수만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과거의 예술작품들은 세상의 모든 정수들을 응축시켜 단 하나의 작품의 깊숙한 곳에 표현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도처에 흩어져 있는 정수를 찾아내고 수집하고 발견하고 새로이 의미를 부여하며 오히려 많은 것들을 소재로 삼고 대상화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예술도 이제는욕망과 집착의 산물로 전락해 버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는 욕망으로 바라보는 세상 다시 말해 어떤 특정한 잣대와 기준으로 모든 것을 가늠하는 지금 현재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어떤 특징만을 요구하는 환경 때문일 것이다.

서재-에베레스트산, Library-Mt. Everest, 2014, Acrylic and Oil on linen, 194 x 259cm

다시 전시 타이틀인 로 돌아와 보자.이는 위에서 살펴본 대로 강조에 강조를 통해 역설적으로 사람의 욕망으로 가득 찬 환경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전에도 해왔던 이러한 이야기들을 왜 이전과는 다르게 풍경을 통해 보여주는가? 게다가 근작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많은 패턴들이나 화려한 색상이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풍경들을 통해 그림을 그리면서 혹은 그림을 그려놓고 관조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작가 자신이 혹은 인간들이 만들고 인식하는 완전한 세상을사유하는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동양에서 선비들이 와유(臥遊)의 방식으로 방 안에서 산수화를 보면서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상상으로 가상의 공간을 가지고 사유하고 즐겼듯이, 홍경택도 자신만의 공간에 서 외부의 것들을 모두 자신 안으로 끌어 당겨 그림에 담아내고 그려내는 과정뿐만이 아니라 사유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전과는 다르게 차분하며 서서히 음미하듯이 그려나가면서 작가 스스로가 관조와 사유를 동시에 해나가며 자신의 내부로 받아드린다. 따라서 내부의 것을 발산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환경을 끌어들이면서 순환한다. 이런 논리로 따져본다면 과거 우리의 조상들이 산수화의 가상의 풍경을 통해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 사유하는 가운데 도달하는 자유’를 얻고자 했던 그림을 통한 사유의 방편들을 홍경택의 작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동양적인 산수화는 자연을 인간의 본원적 고향으로 보고, 사회의 혼란함을 벗어나기 위한 피난처로 정신적인 자유를 위해 현실을 잠시 떠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반면에홍경택은 동양의 산수화처럼 그림 속에 빠져 듦으로써 현실을 부정하며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대면함에 있어서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이를 통해 다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Installation view of "Green Green Grass"

이것이 홍경택이 회화로서 우리에게 던져주는 동시대의 우리의 관념과 이상에 가까운 가장 현실적인 장면으로, 우리의 안식처로, 혹은 우리의 사유의 대상으로써 나타나는 완전한 풍경일 것이다.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이번 전시에 보여주고 있는 기존의 패턴적인 성향과 자연을 담은 풍경의 이질적인 것들의 조합의 작업들은 기존의 작업에서 우리가 살펴볼 수 있었던작가의 개인의 편집증 적인 성향이나 수집광 적인 집착만으로자신만의 신전을 만들어가는 작가로 해석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홍경택은 우리가 기존의 그에 대해 알고 있던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조금씩 또 다른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승오는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 KH바텍에서 비영리로 운영하는 페리지 갤러리의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페리지 갤러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40대 이후 작가들의 개인전 시리즈 〈Perigee Artist〉와, 젊은 작가들의 기획전을 지원하는 〈Perigee Unfold〉, 그리고 공모를 통해 기획자와 작가의 협업을 지원하는 〈Perigee Team Project〉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미술애호가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Perigee Art School〉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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