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실 개인전 “Treachery Skin” 2024년 10월 19일까지 실린더 (FRIEZE No.9 Cork Street)에서 개최 - K-ARTNOW
이은실 (b.1983) 대한민국, 서울

이은실은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2006)하고 동대학원에서 동양화과 석사학위를 취득(2014)하였다.

개인전 (요약)

현재(2022)까지 여섯 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대안공간 풀(서울, 한국),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서울, 한국), 두산갤러리 뉴욕(뉴욕, 미국), 유아트스페이스(서울, 한국) 등에서 전시했다. 2021년 이태원에 위치한 갤러리 P21(서울, 한국)에서 《Unstable Dimension》이라는 제목으로 2년 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아라리오갤러리(천안, 한국), 코리아나미술관(서울, 한국), 소마미술관(서울, 한국), 우양미술관(경주, 한국), 인디프레스갤러리(서울, 한국), 리움미술관(서울, 한국), 퍼디힉스갤러리(런던, 영국), 이노쿠마겐이치로현대미술관(마루가메, 일본), 국립현대미술관(과천, 한국), 경기도미술관(안산, 한국), 인사미술공간(서울, 한국)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수상 (선정)

제19회 송은미술대상(송은문화재단, 서울, 한국) 우수상을 수상하고 제29회 중앙미술대전(중앙일보, 서울, 한국) ‘올해의 선정작가’로 선정되었다.

작품소장 (선정)

작품 소장처로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과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천, 한국)이 있다.

주제와 개념

이은실의 그림은 당황스러울 만큼 도발적이어서, 당신이 전시장에서 이은실의 작품을 만난다면 다른 관람객을 의식해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는 우리 가까이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 혹은 은닉된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은실은 전통 회화의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여 인간에 내재한 욕망과 그것을 억압하는 사회적 기제들을 드러내 보인다. 작가가 바라보는 욕망은 우리 사회를 작동시키는 원동력인 동시에 갈등과 정신적 질환을 야기하는 삶의 차원이다.

이은실 작가는 성교나 배설과 같이 우리가 흔히 금기시해 온 것들을 거침없이 화면 위에 펼쳐 보인다. 기묘한 살갗과 뒤엉킨 나무 덩굴, 수면 아래에서 찰랑거리는 잔털, 붉은 선혈과 분비물, 남녀의 발기된 생식기, 짐승 같은 존재들. 차별적인 구조의 권력과 사회가 만들어 낸 틀들이 강하게 억눌러 말로 꺼낼 수 없었던 것들이다.

채색과 건조를 반복해 완성한 그림의 바탕은 두텁게 가라앉은 심해처럼 느껴진다. 뿌연 안개처럼 답답하고 축축한 공기 속에 은밀하고 성적인 도상들, 인간의 욕망이나 신체를 은유하는 자연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내면의 벽은 무너지다 못해 땅속으로 꺼질 지경이지만
지속적인 침전의 상황에서 엉망이 된 시간들,
본질은 기억 속에서 길을 잃은 상황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일률적인 규범들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을 억눌러 분열되고 병적인 자아들로 만들어낸다. 이은실은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가족의 구조와 여러 가지 삶의 문제,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의복과 제도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이러한 갈등과 정신 질환의 양상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작가는 동양화의 전통적인 작법과 이야기 소재들을 과거로부터 빌려온다. 이은실의 그림에서 생생하게 꿈틀거리는 호랑이들은 사람을 대신해 동물적인 본능에 몰두하고 있으며, 해체된 모습의 전통 가옥들은 다양한 의미의 구조를 화면에 부여한다.

이은실에게 전통적인 회화 매체, 그리고 삶과 현실은 무궁무진한 예술과 표현의 원천이다. 작가는 관찰자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과 사회 속에서 드러나는 욕망의 양상을 지켜본다. 그녀는 잠재된 차원을 가시화하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다양하고 원초적인 욕망들이 발현되어 우리 사회에 보다 큰 생명력이 부여되기를 소망한다.

형식과 내용

이은실의 작품을 보면 전래 동화의 한 장면 속에 흘러 들어온 듯하다. 전통적인 모티프들이 배치되어 있지만 사실성이 결여되어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조성된다. 또한 가옥의 안과 바깥같이 다양한 공간의 요소가 자주 나타나는데, 구조체들이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들여다봄으로써 각각의 작품의 의미를 해석해 볼 수 있다.

전통 가옥과 같은 건축물의 구조는 화면 속에서 안과 밖을 나눈다. 건축의 형태는 회화의 화면을 시각적으로 구획하는 틀로 기능하기도 하고, 작품 속에서 심리적이거나 사회적인 의미들을 드러내는 상징물이 되기도 한다. 집은 안전한 장소나 가정, 가족의 관계를 은유하는 공간이다. 또한 우리를 그 안에 가두고 사회적으로 틀 지으려 하는 경계가 될 수도 있다.

창이나 문을 사이에 두고 연결되는 안과 밖은 반대쪽을 엿볼 수 있는 관음의 구조를 만들어 낸다. 실내는 은밀한 것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다. 바깥에서는 보일 수 없었던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 소곤거리는 ‘안’의 장소이다. 반면 빛과 바람, 물과 같은 자연은 이러한 가옥의 경계와 억압에 구애받지 않고 안과 밖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흐른다.

때로는 얇고 반투명한 막으로 이루어진 직육면체의 방 형태로 경계의 공간이 제시된다. 혹은 가옥의 벽이 모두 사라져, 해체되고 뒤틀린 형태로 변모하고, 직육면체 또한 풀어 헤쳐져 무작위의 무수한 면으로 화면 속을 부유한다. 이렇게 작품 속에서 해체되어 버린 공간의 요소들은 불완전하고 허술하며 그 기능을 거의 상실한 상태임에도 여전히 잠재된 욕망을 통제하고 있다.

이은실은 그동안의 작품에서 가상의 시공간과 앞뒤가 맞지 않는 풍경을 통해 왜곡된 자아와 욕망의 형태를 보여주었다. 근작에서는 더욱 상황의 묘사가 모호해지며, 성적인 도상이나 갈등 관계의 구조보다는 개인이 갖게 되는 정신 질환의 양상을 표현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작가는 규정된 가치에 부합하기를 강제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불안과 강박, 결핍, 분열에 사로잡히는 인간상을 묘사함으로써 우리가 모두 개별의 삶의 모습을 찾아 나가기를 요청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은실은 데뷔와 동시에 새롭고 충격적인 작가로 한국 미술계에 등장했다. 작가는 첫 개인전을 갖기도 전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젊은 모색 2008 I AM AN ARTIST》 전시를 위해 선정한 17명의 작가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장소성이 강한 몇몇 대안공간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던 이은실이 리움미술관의 《아트스펙트럼 2014》와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의 2013년 기획전시 《한국화의 반란》에 참여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이은실은 이전에 없던 가장 새로운 한국화를 보여준 작가였고, 한국에서 가장 주요한 미술 기관들이 공통으로 소개한 신진작가 중 한 사람이다.

이러한 주목을 바탕으로 2016년 이은실의 작업이 미국에서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워싱턴에 위치한 아메리칸대학교박물관에서 《한반도의 사실주의 미술》을 주제로 단체전에 참여하고, 당시 ‘한국적 회화’를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었던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개인전을 연 것이다.

세계에 어필하기 위해 ‘한국적인 예술’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해야 하며 또 어떻게 전통 회화를 계승해 나갈 것인지, 당시의 한국 미술계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은실의 작업 세계는 이전에 다루어지지 않았던 주제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한국화에 고착되었던 고정관념으로부터 탈피한다. 한국화의 양식적 다양성을 누구보다도 전복적으로 확장시킨 예술가라는 점에서 이은실은 한국화가로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위치를 점한다. 또한 계속해서 기법의 변화를 연구함으로써 전통의 답습에 머무르지 않는 동시대적 한국화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은실은 새로운 회화적 시도를 거듭하면서 우리 사회의 차별적 구조와 욕망의 은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어느 순간 불현듯 수면 위로 나타나지만 또 한동안 잦아드는 욕망의 모습처럼, 작가는 느리지만 꾸준한 호흡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이은실의 작업이 어떻게 다시 새로운 한국화의 지평을 열어나갈지 계속해서 주시해야 할 것이다.

이은실 개인전 “Treachery Skin” 2024년 10월 19일까지 실린더 (FRIEZE No.9 Cork Street)에서 개최
A Team
Installation view of “Treachery Skin” ©CYLINDER

실린더는 FRIEZE No.9 Cork Street에서 이은실의 개인전 “Treachery Skin”을 선보인다. 이은실의 신작 시리즈는 사회적 통념과 이를 배반하거나 억압되어 금기시된 개인의 욕망이 충돌하는 접점과 그 아래 숨겨진 심리구조를 탐구한다.

Installation view of “Treachery Skin” ©CYLINDER

이은실은 인간의 주변에 산재한 갈등과 내재된 욕망사이의 대립구조를 건축의 구조적인 관점과 한국화의 원근법을 통해 분석한다. 또한 뇌가 관장하는 심리적인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무기력, 우울, 절망 등의 문제는 보다 흔들리는 심리 상태에서 그 속살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는데, 이는 미완의 건축물의 형태와 그 궤 같이하며, 이은실은 이를 포착해 해체되어있는 인간의 긴장된 신경과 불완전한 심리 상태를 보다 다각도에서 관찰하고, 이를 세밀하고 날카롭게 묘사한다.

Installation view of “Treachery Skin” ©CYLINDER

이은실의 작업안에서 모든것들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통로인 신경은 얇고 긴 뱀의 형상으로 대치된다. 뱀으로 은유될 수 있는 인간의 꿈틀대는 욕망은 주름진 뇌의 모습과 동기화되고, 마치 무언가가 머리를 기어다니는 듯한 감각을 생성하며, 이는 점진적으로 관찰자의 신경을 자극한다.

Installation view of “Treachery Skin” ©CYLINDER

또한 이은실의 작업과 이를 지지하는 나무 판넬 위에 팽팽히 당겨진 한지, 그리고 그 위에 엉켜있는 얇은 보푸라기는 때론 감추고 싶지만 동시에 드러내고 싶은 인간의 양가적 욕망을 암시하고, 이는 상하좌우로 작용하는 장력과 함께 일렁이는 긴장감을 형성한다.

Installation view of “Treachery Skin” ©CYLINDER

어두운 새벽 동이 틀 녁, 마치 어떤 사건이 일어날듯한 시간 속, 낮은 자세로 바닥을 기어다니는 듯 스크린 사이를 넘나드는 뱀들이 형상화하는 모습과 그들의 피부위에 묘사된 일련의 장면들은 뇌가 만들어낸 환영일지, 아니면 그것이 정말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희미한 순간을 그려내는 것일지 알 수 없게 모호함을 내비치며 우리의 통념을 가로지른다. 마지막으로 이는 무언가를 동시에 은폐하기라도 하는 듯 빠른 속도와 함께 환영속으로 사라지고, 이는 관찰자로 하여금 일종의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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