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조각가 문신(1922-1995)과 권오상(b. 1974)의 2인전 “깎아 들어가고, 붙여나가는”을 6월 22일까지 개최한다. 본 전시는 한국 조각사에서 독창적이며 선구적 시도로 인정받아온 조각가 문신의 1970년 이후부터 90년대까지의 다양한 시도들과 1990년대 후반 새로운 매체 실험으로 인정 받아온 후배 조각가 권오상의 조각적 실험들을 연결시켜보려는 시도이다.
전시는 시대별 나열을 통해 두 작가의 작업을 분리해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주제별로 나뉜 3개의 전시 공간에서 층별로 자연스럽게 혼합하는 방식으로, 시대를 넘나들며 교류하는 두 조각가의 열정적인 실험 의지와 도전 정신들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나아가 권오상은 문신의 작품을 재해석하고 오마주한 작품을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해 소개한다. 이들을 연결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형태 구축을 통한 조형 연구와 다양한 재료로의 실험이라는 공통 분모가 특별히 두드러지는 두 명의 조각가이기 때문이다.
화가에서 조각가로 전환했던 문신은 특정 형태나 이미지 표현보다 최소한의 조형 단위를 배치하고 구축하는 조형 방식에 천착했다. 그 결과물인 추상 조각들은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유기체적 형태를 갖거나 문신만의 내재적 리듬을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곡선미가 두드러지는 독특한 형태로 귀결되었다.
형태 구축에 대한 독특성뿐 아니라 보통의 캐스팅 방식보다는 철사나 금속 그물 등으로 기본 골조를 만들고 그 위에 더해진 석고를 갈고 조각하는 방식으로 형태를 만들어가는 방식 등 끊임없이 선구적으로 다양한 재료와 제작 방식을 시도했다. 본 전시에서는 이러한 문신의 70년대 작품들과 함께 80년 후반부터 90년대를 아우르는 조각들을 주로 소개한다.
또 한 명의 작가 권오상은 90년대 후반 가벼운 조각을 표방하며 등장해 아이소핑크를 조각해 형태를 만든 뒤 사진을 부착하고 코팅을 더해 최종적 표면을 만들어내는 시리즈, 일명 사진 조각으로도 불리는 ‘데오도란트 타입’ 시리즈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이후 지속해서 다양한 조형적, 기법적 연구를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추상 사진 조각들을 소개할 뿐 아니라, 기존 사진 조각을 확장해서 조각의 경계선에 서 있던 기존 사진 조각을 정통 조각 재료의 대표 격인 브론즈로 재해석한 작품을 와상과 두상의 형태로는 처음으로 선보인다. 더불어 또 하나의 확장 버전으로 기존의 입체적 사진 조각을 한 면이 강조된 부조로 표현한 작품이 다수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