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 (b.1981) - K-ARTNOW
김천수 (b.1981) 대한민국, 서울

김천수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2007)하고 영국 글래스고 예술학교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취득(2012)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개인전 (요약)

현재(2022)까지 다섯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2007년 스페이스바바 ‘포트폴리오 리뷰’ 공모에 선정되어 스페이스바바(서울,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8년 ‘로우-컷’ 과 ‘로우-패스’ 시리즈로 일우사진상을 수상하면서 일우스페이스(서울, 한국)에서 수상자 개인전을 가졌다.

2019년 스페이스22(서울, 한국)에서 ‘알프스’ 시리즈를, 2020년 BMW포토스페이스(부산, 한국)에서 ‘로우-컷’ 시리즈를 소개했다.

그룹전 (요약)

프로젝트룸 신포(인천, 한국), OCI미술관(서울, 한국),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 더레퍼런스(서울, 한국), 쿤스트크바티어 베타니엔(베를린, 독일), 중앙미술학원(베이징, 중국)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가했다.

수상 (선정)

2018년 제9회 일우사진상 전시 부문(일우재단, 한국)을 수상하였으며, 2007년 ‘학원의 빛’ 공모전에서 우수상(중앙미술학원, 중국)을 받았다.

작품소장 (선정)

서울특별시청(서울, 한국), 고은사진미술관(부산,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서울, 한국),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 휴스턴미술관(휴스턴, 미국)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주제와 개념

디지털 매체에 대해 우리가 흔히 갖는 환상은 그것이 정교한 질서와 연산으로 구성된 완벽한 세계일 것이라는 착각이다. 김천수는 완전무결한 것처럼 여겨지는 디지털 이미지와 사진의 재현 기술이 얼마나 취약하며, 또 얼마나 쉽게 왜곡되고 파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는 고도로 발달한 사진 매체와 디지털 이미징 테크놀로지에 대한 탐색을 통해 현대 사회의 취약함을 드러내 보인다.

“세상은 불완전하고, 따라서 그것을 재현하는 사진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작가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작은 오류들’에 관심을 갖는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테러 사건이나 도시의 개발을 둘러싼 갈등 역시 사회 제도가 오작동하여 생겨나는 오류의 하나이다.

김천수는 이러한 사회적 결함의 상태를 디지털 이미지의 오류에 빗대어,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미세한 작은 오류는 화소가 밀집된 이미지 전체로, 과밀화된 도시 사회 전체로 퍼져 나간다.

김천수는 일반적인 사진가들이 숨기려 하는 사진의 오류나 왜곡된 이미지 같은 것들을 작품의 전면에 등장시키고, 사진 이미지에 개입하여 적극적으로 변형시킨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의 시선은 가상 공간이나 미지의 장소, 과거의 사건들 속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오류와 왜곡의 양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최근 작품에서 그는 현실 사회에 좀 더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 사건들의 현장에 방문하고 그것을 기록한 사진 이미지를 왜곡함으로써 작가는 현실 세계를 보다 직접적으로 가시화한다.

이러한 작업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회화적 변형을 작가는 ‘새로운 미적 요소의 추가’라고 표현하며, 이질적 요소들이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김천수는 작가가 다루어야 하는, 작가가 다룰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공간과 사건들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소임을 고민하는 것이다.

작가는 잊혀가는 과거의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비극을 애도한다. 동시에 냉정한 시선으로 같은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들을 직면한다. 지속적인 호흡으로 다층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김천수의 작품을 통해 관람자는 오늘날의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형식과 내용

초기의 작업에서 김천수는 3D 온라인 게임 속의 풍경을 캡처하거나 인터넷 공간에 익명적 타인이 게시한 사진을 내려받아 편집하고 보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디지털 이미지를 변형시켰다.

유학 시기부터는 타인의 촬영물을 활용하기보다 직접 촬영한 이미지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미지에 대한 개입 역시 디지털 사진 이미지의 작동 프로세스 자체를 들여다보고 건드리는 방향으로 더욱 심화하였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2011~2012) 시리즈에서 작가는 1970~1990년대 영국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들의 실제 현장을 촬영하고, 코드 에디터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디지털 이미지에 숨겨진 16진수 코드들을 수정했다.

작가가 이미지에 가한 테러 행위의 결과, 소박하고 평범한 거리 풍경은 코드 변형으로 훼손된다. 이미지를 뒤덮은 노이즈의 시각적 균열은 그 배경 장소에 숨겨져 있는 역사의 내상을 가시화한다.

한편 ‘로우-컷’(2018~ )과 ‘로우-패스’(2018~) 시리즈는 실제로 사진을 촬영하는 도구에 주목하여, 고도로 발달한 디지털 사진 기기가 갖는 물리적 한계와 오류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디지털카메라의 전자 셔터는 셔터 닫힘으로 인한 진동을 방지해주지만, 느린 스캔 속도로 인한 데이터 처리 지연으로 이미지가 흔들리거나 왜곡되기 쉽다. ‘로우-컷’ 시리즈에서는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초고층 아파트를 왜곡되게 촬영하고, 출력된 이미지 위에 하얀 잉크로 먹줄을 튕겨 현재의 건물이 들어서기 이전까지 공간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로우-패스〉는 빛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디지털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는 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을 읽어 아날로그 신호에서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준다. 빛없이 찍었으므로 결과물은 완전히 검은 이미지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형형색색의 화소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사진이 되었다. 이미지 센서의 열로 인해 발생하는 이 노이즈는 고해상의 이미지일수록 증가하게 된다.

구체적인 소재나 개입의 방식, 그것이 드러내는 이미지의 작동 원리는 제각기 다르지만 작가의 작업은 모두 사람들이 모이고 만나는 장소를 무대로 한다. 작가는 사람들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현실 세계의 힘과 논리, 욕망이나 권력 관계와 같은 것들이 드러난다.

지형도와 지속성

완벽과 효율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와 디지털 기술도 결국은 완전하지 못하다. 정보와 이미지가 범람하는 디지털 공간에서 기술은 어떻게 역사를 기록할 것인가? 김천수의 작업은 사회와 세계에 대한 작가의 거시적 관념을 시각화하는 동시에 사진에 대한 매체 미학적 담론을 촉발한다.

김천수는 사진의 영역 안에서 사진 이미지의 본질과 작동 원리를 탐구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사진의 형식에서 벗어나며 계속해서 사진의 개념과 한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관람자는 김천수의 작업을 통해 뉴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예술 형식으로서의 사진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김천수의 작업은 사진 기술의 특질을 면밀히 관찰하고 다룰 뿐만 아니라, 미술적인 장치들을 통해 심미적 확장을 거듭한다. 작품 외적으로도 다양한 전시 기법을 통해 관람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작가가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적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이미지 코드의 16진수 숫자를 만년필로 적은 원고지, 건축 현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먹선을 튕겨 이질적인 레이어를 더한 사진, 알루미늄 패널에 전사된 픽셀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계속해서 보여주는 소재와 변화된 기법은 사진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김천수 작가가 다음에는 어떤 작품과 전시로 찾아올지 더욱 기대하게 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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