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턴트 이야기 〈Lion〉 - K-ARTNOW
지용호 (b.1978) 대한민국, 서울

지용호는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2005)하고 뉴욕대학교 미술학과 석사학위를 취득(2008)했다. 조각의 재료로는 생소한 타이어를 사용해 미술계에 데뷔했다.

개인전 (요약)

지용호 작가는 2007년 인사미술공간 (서울, 한국)에서 첫 개인전 《Mutant》를 개최했다. 이 후 가나아트센터 (뉴욕, 미국)에서 2009년에 개인전 《Mutant Mythos》 를 개최했다. 이 전시를 통해 해외 미술계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전시에서 작가의 대표작인 Jaguar 3 과  Shark 6 을 선보였다.

2013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F1 경기장에 마련된 부스에서 귀상어 시리즈를 전시했다. 《Anti-Art Museum Show: 반(反)하다》 (2017, K현대미술관, 서울, 한국) 에서는 스밀로돈 두 마리를 하이브리드 시킨 For.Smilodon 을 전시했다. 이 작품은 전시장 내의 기둥에 두 마리의 스밀로돈 상체를 연결해 설치한 작품이다.

2020년 《뉴 뮤턴트》 (가나아트센터, 서울, 한국) 전시에서는 새로운 컨셉의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시리즈는 3D 프린팅 기법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두가지 시리즈가 있는데 오브제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뮤턴트’, 색을 입힌 ‘색 뮤턴트’ 이다.

그룹전 (요약)

작가는 2009년 뉴욕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 단체전 《괴물시대》 에 참여했다. 작가들의 상상력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어 탄생된 생명체나 기괴한 형태를 하고 있는 괴물들을 주제로 한 전시였다.

사치갤러리 (런던, 영국)에서 2010년에 열린 《한국의 눈, 환상적인 일상》 전시는 한국 작가들을 해외에 소개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던 기업들이 국제 무대에서 가능성 있는 작가들을 선정했는데 지용호 작가도 선정되어 전시에 참여했다.

이외에도《Power of Making》 (2011,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런던), 《Let’s dance animal 》 (2016, 창미미술관, 대만), 《야외조각전》 (2018, 수원 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수원, 한국) 에서 등 국내외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수상 (선정)

작가는 2003년 중앙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하고 2011년 제 19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은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문화예술인을 포상하여 사기 진작 및 창작 의욕 고취, 도모하기 위해 주는 상으로 작가는 미술 부문에서 수상했다.

작품소장 (선정)

작품은 International Contemporary Art Foundation, 21C Museum Hotel (Bentonville, USA), West Collection (Oaks, Pennsylvania, USA), 국립현대미술관(서울, 한국),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 대전시립미술관(대전, 한국), 오산시립미술관(오산, 한국), 가나아트파크(장흥, 한국), 골프존(대전, 한국) 등 국내외 다양한 곳에 소장되어있다.

주제와 개념


조각가로서 지용호의 독창성은 동시대를 반영하는 새로운 재료인 타이어를 기존의 조각적 맥락에서 다루는 데 있다. 폐타이어는 단단하고 질겨 보존성이 좋으면서도, 다양한 패턴과 질감을 가지고 있어서 작가가 자유자재로 다루어 원하는 표현을 구현하기에 적절했다.

지용호는 이러한 폐타이어의 물질적 특성뿐만 아니라 산업사회의 부산물인 타이어를 이 시대를 반영하는 오브제로 이해했다. 긴장감, 속력, 에너지 등 강력한 생명력을 내포하는 타이어의 의미적 속성에 주목했다. 그는 전통 조각의 재료가 아닌 이 새로운 재료로 자기만의 조각 세계를 구축할 가능성을 본 것이다.

“타이어를 재료로 거장들이 이룩한 최고의 수준까지 가보고 싶다. 나만의 소재와 표현방식, 그리고 그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현시대의 정신(Zeitgeist)을 찾아가 보고자 한다.”

자기가 발견한 독창적인 재료로 지용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이나 욕망에 의해 왜곡된 진실과 뒤틀려 버린 세상의 모습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생기는 부작용, 그리고 거짓이나 증오, 잘못된 권력 등 비정상적인 것(mutant)에 지배당하는 우리 시대의 현실적 문제와 인간의 양면성을 조명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용호가 전개해온 ‘뮤턴트’ 연작(2003~ )은 생명체의 형태를 왜곡하거나 하이브리드, 크로스오버하여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를 만드는 작업이다. 작가는 활동 초기부터 십여 년 간은 폐타이어를 재료로 작품을 제작했고, 2020년부터는 새로운 연작 ‘뉴 뮤턴트’를 시작했다. ‘뮤턴트’ 연작이 재료와 외형적 변화에 국한되었다면 ‘뉴 뮤턴트’ 연작은 다른 개념의 하이브리드이다.

이는 자신이 구축한 기반 위에서 정통 조각의 재료, 색, 질감 등의 특성을 다시 탐구하고 어떻게 새로운 조형을 획득할 수 있는지를 심화하는 작업이라고 밝힌다. 지용호는 조각이 미술의 본질적인 요소를 다 담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작가의 근작은 미술의 본질로 더욱 깊이 들어가고자 하는 그의 예술에 대한 진지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형식과 내용

지용호의 ‘타이어 뮤턴트’는 수명이 다한 고무 타이어를 사용해 자르고 철이나 나무로 미리 제작한 틀 위에 붙여 형태를 완성한다. 이후에는 무게는 가볍고 튼튼한 강화 플라스틱을 캐스팅해 모형을 만든다.

이 시리즈의 초기 작업에서는 철구조나 캐스팅 모형만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결국 자유로운 묘사와 표현의 해법을 전통 조각에서 찾은 셈이다. 피부가 되는 타이어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 부위, 근육, 느낌, 원하는 강약 조절에 따라 가장 적당한 무늬, 탄성, 질감, 사용감, 너비, 두께 등을 달리 선별해 이용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지용호가 탄생시키는 것은 어떤 변이된 생명체이다. ‘뮤턴트’ 연작에서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개념에 따라 육식동물, 초식동물, 잡식동물, 절지동물 등의 형상을 빚는다. 이때 작가는 재규어의 다리 크기를 과장하거나, 황소를 자세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드는 등 입체 작품인 조각의 표현적 장점을 활용한다.

이후 그는 ‘하이브리드 애니멀’ 연작에서 이종 간 결합을 시도하는데, 다른 종류의 동물을 결합하거나, 신화 속 동물과 현존하는 동물을 결합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명체의 결합은 이후 동물과 사람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휴먼’ 등으로 발전한다.

근작에서는 신과 신의 뮤턴트, 로댕의 작품과 같은 마스터피스와의 뮤턴트, 마블 캐릭터 간의 뮤턴트 등 더욱 다양한 소재와 개념을 다루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2020년 지용호는 ‘뉴 뮤턴트’ 연작을 시작하면서 그가 고수했던 재료, 기술, 컨셉 등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작업을 추구한다. 사실 예술 세계의 변화와 심화를 향한 작가적 열망은 그 이전부터 조짐을 보여왔다.

“조각을 회화처럼”, 달리 말하면 “회화를 조각하고 싶었다.”면서 유화의 마띠에르를 조각에 입힌 ‘페인팅 시리즈(물감 조각)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화 물감을 다루는 작업을 통해 그는 자신의 다양한 감각을 다시금 일깨웠고, 이런 경험은 이후 ‘뉴 뮤턴트’에서 본격적으로 색을 다루는 작업으로 연결된다.

지용호는 20년 가까이 진행한 ‘뮤턴트’ 연작의 내용과 개념이 다 끝났다고 판단하고, 좀 더 개념적으로 컨템포러리 아트 속에서 자기 예술을 이야기하고자 ‘뉴 뮤턴트’를 시작하였다. 하이브리드의 원본이 되는 레퍼런스의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청동, 알루미늄, 레진 등 정통조각의 재료나 조형어법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렇듯 지용호는 조각에 뿌리를 두면서 동시에 그에서 벗어나 동시대성을 반영하고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결국 ‘조각가’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지닌 그는 조각을 유연하게 사고함으로써 그 영역을 확대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그의 동시대 예술에서의 업적과 미술 시장의 우호적인 평가는 2009년 개인전 《Mutant Color》(소카아트센터, 타이페이, 대만)에서의 출품작 매진, 수많은 관객을 모았던 아부다비 F1 경기장에서의 전시(2013, 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최근까지 참가한 국내외 전시와 아트페어에서의 성과가 방증한다.

‘조각’에 관한 심도 깊은 이해와 조각가로서의 역량을 지닌 지용호가 근작을 통해 과연 조각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고 있다. 그가 앞으로 보여줄 조각 하나하나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뮤턴트 이야기 〈Lion〉
박종현 | 에디터 & 큐레이터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는 육식동물 시리즈 중에서 가장 큰 크기인 사자 시리즈에 대해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Lion 8, 2009, Used tire, Stainless steel, 500(l) x 170(w) x 215(h) cm, 197(l) x 67(w) x 85(h) in.
Real Lion : Maximum 250 cm

일반적인 사자들은 평균 200cm 의 크기로 최대 250cm 정도까지도 자라지만 지용호의 뮤테이션 사자들은 최대 5m 로 실제 사자의 2배에 달하는 크기를 갖고 있다.

Lion 9, 2016, Used tire, Stainless steel, 450(l) x 170(w) x 210(h) cm, 177(l) x 67(w) x 83(h) in.

사자 시리즈는 총 10 작품이 있는데 그 중에서 < 사자 9 > 를 살펴보면 < 사자 7 > 과 < 사자 8 >에서 공격적으로 변형시켰던 신체 부위들을 바탕으로 한번 더 진화시켰다. 더 굵어진 허벅지와 몸통, 고개를 들고 포효하는 모습을 통해 더욱 공격적으로 변한 사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크게 벌린 입과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는 분노를 표출하는 본능과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Lion 9 Detail view

숫사자의 갈기는 적의 공격으로부터 목과 등을 보호해주는데 < 사자 9 >에서는 휘날리는 갈기들을 더 두껍고 뾰족하게 표현하면서 이제는 털 보다 피부의 일부로 보인다.

Lion 1, 2007, Used tire, Steel, Styrofoam, Wood, 128(l) x 50(w) x 62(h) cm, 50(l) x 19(w) x 24(h) in.

작가는 숫사자 말고 암사자도 제작했는데 사실, 사자 시리즈의 첫 시작은 다소곳이 앉아있는 < 사자 1 > 암사자였다.

Lion 6, 2011, Used tire, Steel, Wood, Polyurethane form, 163(l) x 35(w) x 75(h) cm, 64(l) x 13(w) x 29(h) in.
Female Lion

숫사자들을 실제보다 몇배 이상 크게 제작한 것에 비해 암사자의 크기는 실제보다 작은데 < 사자 6 >은 숫사자의 1/3 정도 크기로 제작했다. 쫑긋 솟아난게 포인트인 암사자의 귀를 숨기고 등에 돋아나 있는 가시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변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Lion 3, 2008, Used tire, Stainless steel, 360(l) x 120(w) x 120(h) cm, 141(l) x 47(w) x 47(h) in.
Lion 4, 2008, Used tire, Stainless steel, 415(l) x 105(w) x 157(h) cm, 163(l) x 41(w) x 62(h) in.

위에서 보인 공격적인 형태의 사자들과는 반대로 작품 제작 초창기에는 방어적이고 약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작품들을 제작했다. 바로 < 사자 3 > 과 < 사자 4 > 인데 적으로부터 위협을 받아 잔뜩 웅크린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이를 조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한껏 내려간 등허리와 낮게 낮춘 자세, 아래로 내려간 꼬리로 표현했다.

Lion 2 installation view
Lion 2, 2008, Used tire, Stainless steel,, 390(l) x 122(w) x 190(h) cm, 156(l) x 50(w) x 71(h) in.
Lion 9 installation view

이런 특징을 가진 지용호의 사자들은 해외와 국내의 야외에 설치되어 관람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커다란 크기와 사자라는 컨셉에 맞게 초원에 전시되기도 하고 광장에도 전시되었는데 사진을 찍고 만지기도 하며 작품을 즐기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재규어 시리즈와 함께 작가의 대표작으로 볼 수 있는 상어 시리즈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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