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문화에 나타나는 '캐릭터'적 요소로 작업하는 한국 작가 3인 - K-ARTNOW
이윤성 (b.1985) 대한민국, 서울

이윤성은 중앙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2011)하고 현재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다. 2014년 메이크업 아트 스페이스에서 첫 개인전《NU-TYPE》을 개최했다.

개인전 (요약)

작가는 2014년에 개최한 개인전 《NU-TYPE》(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파주)을 시작으로 2015년에 《NU-FRAME》(두산갤러리, 서울, 한국), 2016년에 《NU》(두산갤러리, 뉴욕, 미국)에서 새로운 회화형식을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후 《Inside of Light》(2019, 유아트스페이스, 서울), 《Nu Collection》(2021, 유아트스페이스, 서울)를 통해 다양한 소재와 형식의 결합을 실험하며 자기 예술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그룹전 (요약)

아트딜라이트 (서울, 한국), 카오스라운지 (도쿄, 일본), 취미가 (서울, 한국), 이유진 갤러리 (서울, 한국), 리각 미술관 (천안, 한국), 스페이스K (대구, 한국), 세종문화회관(서울 한국), 메이크샵 아트스페이스 (파주, 한국), 대안공간 팀 프리뷰 (서울, 한국) 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수상 (선정)

2013년 서울디지털대학교 미술상 대상을 수상하고 2014년에 두산 아트센터에서 진행하는 연강예술상을 수상하였다.

주제와 개념

이윤성은 서구문화권의 신화와 서사를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 서브컬쳐와 결합하여 회화를 창작한다. 미술사에서 서구 신화와 서사를 모티프로 하는 창작 방식은 오래된 전략이고, 만화 장르나 망가/아니메라 불리는 일본의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작업은 한국현대미술의 30~40대 작가들에게 흔히 보이는 특징이다.

참조와 차용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현대미술의 상황 속에서, 이윤성은 과거와 시대뿐만 아니라 동양과 서양, 고급과 저급, 불변과 가변 등 상반되고 이질적이라 여겨지는 요소들을 회화 안에서 자유롭게 연결하고 해체하여 다층적인 의미망을 생성하는 특유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윤성이 다나에, 헬리오스, 프시케, 마리아 등 그리스로마 신화나 서사 속 인물과 그 서사를 차용할 때 이들 인물이 도상으로서 반복해 등장하는 서양미술사의 마스터피스, 예컨대 비너스 여신상 이나 최후의 심판, 라오콘, 수태고지 같은 명작 또한 차용의 범위에 포함된다. 이로써 신화와 고전을 바탕으로 한 이미지가 기왕에 가진 힘과 역사에 주목하는 작가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작가가 선택한 대상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하거나 이 인물을 망가의 미소녀로 둔갑시켜 다양한 감정과 욕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으로 그린다는 점, 그리고 자신이 참조한 원전의 전형성을 가져오면서도 작가 자신이 성장하며 접했던 일본 만화라는 시각적 환경과 서브 컬처의 영향을 과감하게 접목하여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특이점을 시사한다.

“나는 작품이 가진 이야기나 메시지가 아닌 제작 형태, 표현 방법들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흔히 평단에서 혼성적 혹은 하이브리드 이미지라고 칭하는 이윤성의 회화에 대한 이해는 이미지의 내용적 전형성, 참조, 재해석의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회화의 프레임’을 함께 고찰할 때 깊어진다. 작가의 초기 개인전 타이틀에 직접 제시된 ‘TYPE’, ‘FRAME’이 말하듯, 프레임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윤성은 ‘Zodiac’ 연작에서 보이듯 직사각의 보편적인 캔버스 틀에서 벗어나 만화에서 장면을 구획하는 ‘칸’처럼 캔버스를 다각형으로 변형하고, 이를 재조합해 설치하기도 한다. 또는 ‘다나에’ 연작처럼 회화 표면 안에서 프레임을 분할하여 인물과 그의 세계를 다면적으로 조명하기도 한다.

이러한 칸/프레임 설정은 분명히 완성된 평면으로서의 회화 표면에 속한 것이지만, 역으로 회화 자체에 담긴 시각적 개념적 경계를 유동적으로 만듦으로써 새로운 회화 양식 ‘Nu-Frame’이라는 복합적 구성을 생성한다.

형식과 내용

이윤성의 회화는 화려한 색상과 문양이 휘몰아치는 배경, 귀엽고 환희에 찬 표정의 모에화(모에카[萌え化])된 나신의 미소녀 캐릭터로 관객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여기에 ‘토르소’ 연작처럼 파괴되고 훼손된 신체, ‘다나에’ 연작과 같이 다양한 표정과 왜곡된 신체에 집중한 인물 표현, ‘모에화’의 문화적 문법에 따라 재조합한 시각적 요소들 또한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순간적으로 파악되는 이러한 특징들의 배후에는 고전을 동시대 서브컬처에 맞춰 갱신하겠다는 작가의 뜻, 특히 특유의 모에 요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서구 고전회화에 담긴 구도와 비례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가의 조형미 추구에의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작가는 작품에 분할된 면, 검은 윤곽선, 평면성이 두드러지는 만화책의 형식을 적용하지만, 이를 조형미를 고려하여 붓 자국이 분명히 살아 있는 유화로 제작함으로써 서브컬처를 회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동시대 회화의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는 것이다.

2019년과 2021년의 개인전에서는 지난 전시에서 선보였던 작가의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으면서, 작가의 향후 행보를 짐작할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보여주었다.

인물의 눈동자와 장식적 이미지 일부를 모빌 조각처럼 만든 조형물, 대상을 픽셀화하여 표현한 픽셀 페인팅, 그리스 로마 신화의 메두사를 형상화한 페인팅과 3D 프린팅 조각, GIF 파일로 제작된 NFT 작품 〈Head of Medusa #1, #2, #3〉 등 작가 특유의 작품 구성에 더해진 변주를 확인할 수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미술의 영역을 고전적 상위예술에 제한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향유하는 하위문화를 경유해 새 시각을 제시하는 것은 이미 익숙한 발전적 시도다. 실제로 상·하위의 다양한 예술과 문화의 영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작품과 연결하는 일군의 국내외 젊은 작가들의 등장은 2000년대부터 두드러지게 발현된 현상이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한국 미술계에서 주목받은 팝아티스트들의 활동과도 연결된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이윤성은 만화의 도상을 추상회화적 표현으로 연결하고, 서브컬처의 시각적 기표를 서구 고전 작품의 아름다운 작품과 결합함으로써 단순한 패러디나 오마주와는 다른 차원의 꽤 성공적인 작품을 풀어내고 있다.

이윤성은 2013년 제1회 서울디지털대학교 미술상에서 대상을 받고 이듬해 개최한 개인전 등을 통해 신예 작가 시절부터 주목받았는데, 상술한 작품세계의 다층적인 면모로 인해 전시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내외 아트 페어에서도 그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아 왔다.

Covid-19의 영향으로 미술의 창작, 향유 및 소비의 개념이 변화되고 있는 바, 디지털 매체를 통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윤성 작가 역시 이러한 시대를 관통하며 창의적이고 편견 없는 자기의 예술을 확장하고 있다.

평면에서 조형으로 변화를 꾀했던 것에서 나아가 최근의 전시에서 선보인 디지털 3D 작업과 조각, NFT 기반 디지털 아트 작품처럼 현실에서 가상으로의 변화를 시도하며 작가는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타쿠 문화에 나타나는 '캐릭터'적 요소로 작업하는 한국 작가 3인
A Team

이동기, 손동현, 이윤성 작가는 한국에 유입된 오타쿠 문화의 캐릭터적 요소를 활용하여 각자만의 작업 세계를 펼친다.


Lee Donggi x BTS J-Hope ‘Chicken Noodle Soup’ Cover Art Work.

부산시립미술관이 2023년 1월 26일 무라카미 다카시의 대규모 회고전인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좀비”를 열었다. 전시는 개막 35일 만에 관람객 수 9만 4천여 명을 기록했다. 많은 인파가 몰리자 미술관은 더 많은 시민이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당초 예정보다 한 달 뒤인 4월 16일까지 전시를 연장했다. 미술관에 따르면 이 전시를 찾은 관람객은 평일 평균 2,500명, 주말 평균 4,000명 이상이었다고 한다.

해당 전시가 이만큼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유명 작가의 개인전이라는 점을 넘어서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 세계가 요즘 젊은 세대의 취향에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일본의 아니메 캐릭터 피규어나 로리콘 등 일본의 오타쿠적 표현 양식을 현대 미술의 문맥으로 끌어들인 작가이다. 무엇보다도 ‘슈퍼플랫'(Superflat) 개념을 창안해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서브 컬처)’의 경계를 무너트려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 세계에는 만화에 나올 법한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한다. 작가는 1994년 일본의 SCAI 바스 하우스 개인전에서 미국의 소닉과 일본의 도라에몽을 합친 캐릭터 ‘DOB’를 발표했고, 그 외에도 탄탄보와 무라카미 플라워를 만들었다. 작가는 서사가 결여된 형태로만 존재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캐릭터를 통해 현대 미술의 특성을 반영하고자 했다.

작가의 작업 세계에 나타나는 오타쿠 문화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대중문화의 한 형태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오타쿠 문화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집착하는 사회 부적응자 집단 문화로 간주되었다. 여전히 오타쿠라는 용어에는 부정적 뉘앙스가 남아 있지만 현대 대중문화에서 이는 하위문화(서브 컬처)에 취미를 둔 ‘마니아’와 비슷한 뜻을 갖게 되었으며, 훨씬 유동적이고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가 더해지고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에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자랑했던 일본의 문화는 2000년대 초까지 한국에서도 적극 수용돼 많은 젊은 한국 청년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Exhibition view of "TAKASHI MURAKAMI: MurakamiZombie" at the Busan Museum of Art. Photo: Studio Jeongbiso, Dongseok Park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특히 오타쿠 문화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서사 자체보다는 콘텐츠 내 개별 캐릭터를 중심으로 문화가 소비된다. “일본 현대 미술에 나타난 서브 컬처의 영향”이라는 논문에서는 귀엽고 에로틱한 외형을 갖춘 캐릭터에 대한 가상적 연애 감정이 오타쿠 문화 소비의 주요 동기라고 설명한다.

오타쿠적 캐릭터 소비 형태는 한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게다가 오타쿠 문화와는 별개로 캐릭터 소비는 한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자기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소비 또한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긴다. 따라서 다양한 캐릭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비춘다. 한때 유행했던 ‘부캐(副 캐릭터)’나 지금까지 유행하고 있는 MBTI 검사는 이러한 젊은 세대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경향은 현대 미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의 많은 젊은 작가들은 만화에 등장할 법한 캐릭터를 만들어 작업을 한다. 그리고 젊은 컬렉터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작업들이 인기도 많다. 한국에서는 젊은 컬렉터들을 대상으로 한 많은 아트 페어와 갤러리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같은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 많이 전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옥승철, 콰야와 같은 작가들이 있다. 이외에도 한국 경매 시장에서는 우국원, 문형태를 비롯한 국내 작가들과 일본의 아야코 록카쿠 작가가 활발하게 거래가 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성장하고 작업을 시작한 일부 한국 작가들은 일본 오타쿠 문화, 특히 캐릭터의 다양한 요소를 차용하여 한국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DOB보다 1년 앞서 이동기 작가는 ‘아토마우스’를 발표해 현대인들의 페르소나를 표현해 왔다. 반면, 손동현 작가는 동양 미술과 대중문화에 나타나는 대중문화적 요소를 합쳤으며, 이윤성 작가는 아니메에 나오는 표현 양식을 빌려 고전을 재해석했다.

이동기(b. 1967)
Lee Donggi, 'Atomaus,' 2017, Acrylic on canvas, 140 x 170 cm. Courtesy of the artist.

이동기(b. 1967) 작가 하면 1993년에 탄생한 ‘아토마우스(atomaus)’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캐릭터는 BTS(방탄소년단)의 멤버 제이홉의 앨범 커버 중 하나에도 등장한다. 아토마우스는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아톰’과 미국 만화 주인공 ‘미키마우스’를 새롭게 조합하여 만들어진 캐릭터이다.

아토마우스는 추상 회화라는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적 관습에 저항하기 위해 태어났다. 동시에 이 캐릭터는 한국이 갖는 특성을 반영한다. 아토마우스는 문화 강국인 미국과 일본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의 모습을 풍자하면서도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융합하는 모습도 함께 비춘다.

아토마우스는 이동기 작가의 그림 속에서 다양한 페르소나를 연기한다. 캐릭터는 고전 회화의 등장인물이 되기도 하고, 불상이 되기도 하며, 유명 록스타로 변신하기도 한다. 친숙하면서도 대중적인 캐릭터의 이미지는 불안정하고 공허한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이는 오늘날 현대인의 불안한 정서를 반영한다. 또한 작가는 아토마우스를 다양한 맥락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여러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멀티 페르소나적 특성도 담는다.

손동현 (b. 1980)

Son Donghun, 'Dot Dot,' 2016-2017, Ink on paper, 76 x 51 in. Courtesy of the artist.

동양화를 전공한 손동현(b. 1980) 작가는 전통 동양화 미술 기법으로 동시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그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 초상화 기법으로 그린 슈렉, 배트맨, 마이클 잭슨의 이미지는 한동안 인터넷을 통해  인기를 끌었다.

손동현 작가의 회화 작품들은 한눈에도 쉽게 이해되고 재미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층위는 마냥 얕지만은 않다. 작가는 작품 안에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을 넘어 동양 미학의 이론을 담는다. 작가는 동양화의 ‘전신사조(傳神寫照)’론을 차용하여 인물의 외형뿐만 아니라 인물의 성격과 내면세계를 반영하고 그 사람의 정신을 전달하는 대중문화 초상화를 제작한다. 특히 작가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기억 속에 남은 청춘을 상징하는 어떤 특성을 대중문화 이미지에 빗대어 장지에 옮긴다.

손동현 작가가 그려 내는 캐릭터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마치 많은 대중문화 팬들이 원본 콘텐츠를 재료 삼아 2차 창작을 하듯, 작가는 동양화의 대표 작품, 사물, 기법을 마치 대중문화의 주인공처럼 그려 낸다. 일본 오타쿠 문화에서 말하는 ‘모에 의인화’처럼 사물을 마치 인간처럼 대하며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손동현 작가의 ‘소나무’ 연작을 예로 들 수 있다. 동양 회화에서 소나무는 지조와 기개라는 굳건한 정신성을 상징한다. 작가는 동양에서 말하는 이러한 특성을 의인화해 강인한 모습의 영웅으로 그린다.

이윤성 (b. 1985)

Lee Yunsung, 'The Annunciation,' 2014, Oil on canvas, 117x91 cm, 194x261 cm , 117x91 cm. Courtesy of the artist.

이윤성(b. 1985) 작가는 일본 망가나 아니메 문화에 나타나는 기법으로 그리스·로마 신화 또는 고전 회화의 주제를 재해석해 묘사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수많은 고전들이 귀여우면서도 에로틱한 ‘모에 미소녀’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작가의 ‘크로노스’(2011)라는 작품으로 그 예를 살펴볼 수 있다. 서양 고전에서 크로노스(로마 시대의 이름은 사투르누스)라는 신은 아들 중 하나가 반란을 일으킬 거라는 예언 때문에 자식들이 태어나자마자 이들을 집어삼켜 버린다. 이윤성 작가는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그려진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de Goya)의 회화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Saturn Devouring His Son, Saturno devorando a su hijo)’(1821-1823)에 빗대어 아니메풍 회화 작품을 만들었다.

이윤성 작가의 작품에서 그로테스크하고 공포스러운 고야의 사투르누스 이미지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문법으로 재해석된다. 작품에는 잔인한 남성의 모습 대신 아름다운 소녀가 등장한다. 사지가 잘린 아기를 붙잡고 있는 미소녀 캐릭터는 무섭기보다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배경에 퍼져 있는 살점과 피는 동글동글하고 귀엽게 표현돼 오히려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이윤성 작가의 작품은 고전적인 이미지를 현대 젊은이들이 공유하는 서브 컬처의 이미지로 재탄생시킨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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