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도시 공간과 거주 환경에 대한 사진을 찍고 있다. 2008년 갤러리 룩스(서울, 한국) 신진작가 지원 공모에 선정되며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
영국 유학 후 귀국하여 2013년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파주, 한국)와 갤러리온(서울, 한국)에서 전시했고, 2015년 일우스페이스(서울, 한국)에서 일우사진상 수상 기념전을 가졌다. 현재(2022)까지 아홉 차례의 개인전을 진행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2021년 갤러리 진선(서울, 한국)에서 전시 《We Built This City》를 선보였다.
그룹전 (요약)
캐나다재외한국문화원(오타와, 캐나다), 대구문화예술회관(대구, 한국),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 스페이스K(대구, 한국), 서울역사박물관(서울, 한국), 주영한국문화원(런던, 영국), 동강사진박물관(영월, 한국) 등에서 전시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제1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KT&G 상상마당, 한국)로 선정되었으며 제6회 일우사진상 전시 부문(일우재단, 한국)을 수상했다.
작품소장 (선정)
국립현대미술관(과천, 한국), 일우재단(서울), 대구미술관(대구, 한국), 고은사진미술관(부산, 한국),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 소버린예술재단(홍콩, 중국)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주제와 개념
조망하는 행위는 나무보다는 숲을, 세부보다는 전체를 보기 위한 시도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도식화된 구조를 발견하기 쉬워진다. 박찬민의 사진은 도시의 구조를 탐구하고, 도시 공간과 도시인의 삶의 본질을 포착하는 작업이다.
“모든 도시에서 개인은 도시 안에 어떤 공간이 구축됐는지 알아야 비로소 자신의 삶의 색깔을 알 수 있다.”
박찬민의 여러 사진 연작들은 그 소재와 형식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도시의 건축물들을 화면에 담고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한 후반 작업을 거쳐 완성된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아파트의 상호나 건물 외벽의 창문 등, 이미지 안의 특정 요소들을 제거한다. 공간 정보의 일부를 소거함으로써 촬영한 사진을 맥락화하는 전략을 통해 자신의 문제의식을 은유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도시 전체의 풍경은 전체적인 인상과 함께 도시의 구조를, 그리고 도시 사람들의 집합적인 삶의 모습을 뭉뚱그리고 압축하여 보여준다. 자연과 도시의 실재가 남겨져 있기에 여전히 어느 정도 사실적인 사진으로 보이지만, 관람자는 작가가 가한 변조의 흔적과 영역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작가가 무엇을 지웠는지, 그리고 무엇을 지우지 않고 남겨두었는지 관찰함으로써 작품의 의미를 능동적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작가는 도시 풍경을 사실적으로 촬영하고 현실의 일부를 지워나가는 작업을 통해 도시의 외피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 저변에 깔린 욕망의 구조를 드러낸다. 그의 사진은 도시 공간의 보편적인 본질을 가시화하는 한편 획일화된 도시적 삶에 대한 경각심을 조심스럽게 환기한다. 동시에 작가는 작품 전반에 걸친 중립적인 시선을 유지함으로써 도시에 대한 관람자들의 서로 다른 해석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형식과 내용
작가는 아파트 단지에서 낙후된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한국의 주거 문화와 그 부산물인 사회 문제들에 대해 관심 가지게 되었다. 주거 공간에 대한 첫 연작 ‘Intimate City’(2007~2009)는 희뿌연 연무 속 아파트가 즐비한 도시 풍경을 높은 곳에서 조망했다. 상호가 지워진 아파트들의 서로 다를 바 없는 외양은 천편일률적인 도시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이후 에든버러에서의 유학 시기에 작가는 한국의 아파트와 스코틀랜드의 공동 주택을 비교하여 연구했다. ‘Blocks’(2010~ ) 연작부터 작업에서 건물 외부의 수직면이 지워지기 시작한다. 작가는 공동 주택의 창과 발코니를 없애고 전체가 꽉 막힌 초현실적인 덩어리로 만들어버렸다. 어떠한 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고 안에서도 외부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 같은 건물은 창고나 컨테이너와 다를 바 없이 익명적인 공간, 소통이 존재하지 않는 죽은 공간이 된다.
한편 ‘Untitled; The Level of Deception’(2012~2014) 연작에서는 반대로 건물만 남기고 배경을 지운 유럽 도시들의 사진을 통해 맥락이 삭제된 도시 공간의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Urbanscape; surrounded by Space’(2012~ ) 연작은 바짝 다가와 있는 건물들의 입면이 겹겹이 둘러싸여 기하학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건물의 표면이 매끈할수록 그 안에 있을 사람들의 호흡이나 생활감을 느끼기는 어려워진다.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장소를 바라보는 박찬민의 시선은 아파트로부터 점차 확대되어 도시 공간 전체를 향한다. ‘Cities’(2015~ )는 높은 장소에서 서울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도시들의 중경을 내려다본 사진 연작이다. 장난감 모형처럼 추상화된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도시의 사진은 어딘가 이질적이다. 작가는 건물들의 입면을 편평한 무채색의 색면으로 단순화하여 공간을 구성하는 선과 면을 강조했다.
박찬민의 작품 앞에서 관람자는 수직으로 빽빽한 고층 건물이 치솟은 서울의 도시 구조와 함께 현대 사회의 어느 나라에서나 쉽게 발견되는 도시의 보편화한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익명화된 도시 전체, 건물이라기보다 벙어리가 된 듯 기능을 상실한 구조체 같은 것들을 맞닥뜨린다.
지형도와 지속성
공간의 정보가 지워져 있지만 지형과 인상, 특징적인 건물들의 스카이라인, 물줄기나 도로의 흐름 같은 것으로 관람자는 박찬민의 사진에 찍힌 장소를 이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곳이 어디인지 확인하고 각 도시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박찬민은 자신의 작품에서 다양한 건축물과 여러 도시의 모습을 두루 포착하고 있지만, 작업의 목적은 이들의 특별한 유형학적 차이를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박찬민이 바라보는 도시는 그 지명과 사소한 디테일에 차이가 있을 뿐 동질적인 공간이다. 용적률과 경제성이 지배하는 현대 도시는 인간의 삶의 모습까지도 표준화하여 대량생산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도시의 이러한 본질을 표현하기 위해, 중립적으로 촬영된 이미지에 후반 작업으로 변조를 가했다. 역사성을 지닌 사건의 현장을 포착하거나 특정한 장면을 연출하는 방식과 달리, 보다 회화적인 어법을 사용하여 새로운 맥락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사진에서 도시는 다소 추상적인 형태로 시각화된다. 양식화된 추상회화가 구성만을 조금씩 바꾸어가며 기본적인 특질을 반복하는 것처럼, 도시도 비슷비슷한 모양으로 그 수와 영역을 늘려나간다. ‘현실에 기반을 두되, 현실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표현의 도구’로서 사진을 활용하는 작가의 작업은 새로운 현대 사진의 한 유형을 보여준다. 우리가 만드는 내일의 도시, 그리고 박찬민이 제시할 내일의 사진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까.
Artist_K-Artist
사진을 통해 도시 환경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작가 박찬민
2024.10.29
A Team
박찬민 (b. 1970)은 도시라는 공간이 가진 구조와 그 안에 살아가는
현대인 사이의 관계를 사진을 통해 탐구해 왔다. 작가는 도심을 가득 채우고 있는 빌딩들이 자세히 보면
각기 다른 것 같지만 결국 비슷한 모습으로 콘크리트 숲을 이룬다는 점과 도시인들 또한 자신의 개성대로 살고 있지만 그러한 모습들의 전체는 다수
속에 감추어져 정체성이 흐려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박찬민은 환경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영향을 끼치고 그 안의 사람들 역시 환경에 변화를
가하고 살아간다는 관계성에 주목하며 우리를 둘러싼 도시 환경을 관조적인 태도로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
박찬민의 도시 공간에 대한 첫 연작 〈Intimate City〉(2007-2009)는 먼 거리에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을 흑백으로 담아낸 사진이다. 그의 사진 속 빼곡하게 솟아 있는 빌딩들은 희뿌연 연무 속에서 각자의 확실한 형체를 드러내지 않고 그저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존재할 뿐이다.
또한 작가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아파트들의 상호를 지움으로써, 그들의
유일한 개성을 삭제하여 더욱 단조롭고 익명화된 도시 환경을 강조했다. 더불어 사진의 흑백 처리는 이러한
천편일률적인 도시의 모습을 더욱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이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했던 〈Untitled; The Level of Deception〉 시리즈에서는 한국의 도시 환경에서
나아가 영국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의 건축물을 담았다. 이때 작가는 건물을 촬영한 다음 후작업으로
배경을 지움으로써 그 건물의 용도와 맥락을 모호하게 만들어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이러한 작업은 우리가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사진 매체의 사실적 기록성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박찬민은 아파트의 상표명을 통해 주거 공간의
값어치가 결정지어지고 각각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콘크리트를 쌓아 올린 거대한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이 시리즈를 작업했다. 그리고 내부와 외부 사이의 통로가 사라지고 균일화된 하나의 덩어리로 뭉뚱그려진
건물들을 통해 그 안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획일화되고 소통이 부재한 삶을 빗대어 바라보게 한다.
이후 작가의 관심은 서울, 부산, 대구, 홍콩, 마카오를 비롯한 여러 도시권으로 확장하여 다양한 도시 환경을
담아낸 작업 〈Urbanscape; Surrounded by Space〉(2012-)를 선보였다. 여기에는 빼곡한 빌딩숲의 건물들이 서로의
입면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풍경들이 포착된다. 다양한 지역을 배경으로 하지만, 각자만의 지역성이나 개성이 드러나기보다는 도시 공간 속 선과 면이 강조되면서 마치 기하학적인 패턴을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박찬민은 오늘날 주거공간, 상업공간, 그리고 때로는 산업시설까지 함께 공존해 있는 도시 공간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가
만들어낸 이 공간이 우리를 어떻게 둘러싸고 포위해 가는지를 생각하며 이 작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치
사례 연구를 하듯이 그러한 도시들의 이미지들을 카메라에 담고 나열해 가며 다양한 지역에서 공유되는 도시 공간의 공통적인 구조들을 보여준다.
박찬민의 최근작 〈Cities〉 시리즈는 이전 작업인 〈Blocks〉와 마찬가지로 건물의
디테일이 말끔히 제거된 도시의 풍경을 담고 있다. 〈Blocks〉는
근거리에서 촬영되어 건축물 자체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Cities〉
시리즈는 마치 조감도를 그려낸 듯 대도시의 풍경을 원거리에서 조명한다.
작가는 홍콩, 오사카
등 서로 다른 도시들의 차이와 색깔을 드러내기보다는 도시 공간이 갖는 구조적인 유사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세부적인 요소들이 단순하게 표현되어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디오라마(diorama)나
조감도처럼 전체적으로 밀집된 형태가 부각되도록 했다.
작가는 다양한 나라의 도시들을 바라보며 많은 도시들이
서로 다른 이름과 역사를 가지지만 결국에는 비슷한 형태로 향해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 인간들의 욕망이 문화와 지역을 넘어서 점점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거나 원래부터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도시에 대한 박찬민의 시각은 어떠한 비판이나
비관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 대신 박찬민의 작업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현대 도시의 진정한 모습과
도시 구조를 탐구하고, 도시 공간과 도시인의 삶의 본질을 포착해 나가는 여정이다.
박찬민은 고려대학교 독문과를 졸업(1997)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2008)했다. 이후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사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2011)했다. 2008년
갤러리 룩스(서울, 한국)
신진작가 지원 공모에 선정되며 첫 개인전을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아홉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그는 제1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KT&G 상상마당, 한국)로 선정되었으며 제6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주목할 작가’ 전시 부문에 선정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천, 한국), 일우재단(서울), 대구미술관(대구, 한국), 고은사진미술관(부산, 한국),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 소버린예술재단(홍콩, 중국)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