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진 작가의 평면 회화 속에 담긴 다차원적 세계 - K-ARTNOW
정수진 (b.1969) 대한민국, 서울

정수진(b.1969)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1992)하고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회화과 석사학위를 취득(1995)했다. 현재 이유진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 (요약)

작가는 1999년 시공갤러리(대구,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2000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서울, 한국)에서의 개인전 《뇌해》로 미술계에 정통 페인터로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2006) 개관 후 한국작가의 개인전을 최초로 개최하였다.

이후 작품과 더불어 작가의 회화이론을 함께 소개하는《다차원 존재의 출현》(2014, 갤러리 스케이프, 서울, 한국), 《다차원 생물 – 의미의 구조》(2018, 이유진 갤러리, 서울, 한국) 등을 열었다.

최근《전지적 작가 시점이 존재하는 형상계》(2021, 이유진 갤러리, 서울, 한국)을 통해 인간의 관념이 이미지로 존재하는 형상계를 이해하고 드러내는 작가의 회화를 선보였다.

그룹전 (요약)

캐나다재외한국문화원(오타와, 캐나다), 대구문화예술회관(대구, 한국),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 스페이스K(대구, 한국), 서울역사박물관(서울, 한국), 주영한국문화원(런던, 영국), 동강사진박물관(영월, 한국) 등에서 전시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국립현대미술관(과천), 문예진흥원(서울), 연강재단 두산아트센터(서울), 선화예술문화재단(서울), 롱 뮤지엄(상하이, 중국)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주제와 개념

정수진은 색채와 형태를 기본으로 한 회화의 다차원적 의미를 심도 있게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에서 정통파 회화작가라는 평을 받는 작가는 회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기법과 구성, 형태와 색채로 밀도 높은 화면을 구성한다. 밀도는 높으나 이미지들 간의 위계나 층위가 없으며, 따라서 상들은 개연성이나 내러티브를 끊어내고 회화의 요소들이 상호 관계하면서 시각적 구조를 발생시킨다.

‘다층적 추상회화’로 설명되곤 하는 정수진의 그림은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감과 세밀한 묘사를 추구하기에 일견 구상회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어떤 언어로도 정의할 수 없는 추상성을 보유한다.

“나는 사실 형상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색과 형의 조합에 매료된다. 순수하게 시각적인 이미지만 가지고 작업하기 때문에 추상적인 것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정수진은 회화의, 혹은 자기만의 시각 언어의 고유함을 찾아내고 이를 이론으로 정립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해왔다. 이를 위해 수학, 과학, 동서양의 미학과 철학을 두루 살피는 작가는 2011년 개인전에서 ‘입체나〮선 변증법’, 2014년 개인전에서 ‘부도이론’ 이라는 이름으로 작가 고유의 회화이론 내지는 방법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곧 ‘의식세계를 가시화하는 시각이론’ 이다. 작가는 이를 2021년 개인전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수많은 관점이 존재하는 세상인 형상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 형상계에 출현하는 형상들-괴물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으로 발전시킨다.

화면의 구성에서 드러나는 다층성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갖가지 도상적 이미지들인 다차원 생물과도 연결된다. 2006년 개인전에 등장한 괴물(작가 스스로 규정할 수 없는 형상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인식의 경계를 벗어난 것들로 이후 작가가 오랜 시간 탐닉했던 대상이다. 작가는 부도이론을 이용해서 괴물을 인식 가능한 영역으로 불러들였다.

여기에 다차원 생물의 세계라는 이름을 붙여 상징과 표상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지닌 의미의 구조를 작품으로 설명해냈다. 이처럼 정수진은 객관적인 단위와 체계를 통해 시각적 이미지의 체계를 세워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소통을 하고자 노력했으며, 이는 결국 작품을 둘러싼 풍부한 비평과 감상의 길을 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형식과 내용

정수진의 회화는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유사한 화풍이나 작법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자적이다. 정수진은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에 집중하기보다, 색채와 형태들이 서로 관계하며 발생하는 구조로 파악하기에 정수진의 그림은 더욱 독특하다.

“보는 것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면 더 많은 차원을 보고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정수진은 화폭에 그러한 다차원을 형상화하고자 한다. 이는 그의 작품에 데페이즈망 기법이 자주 동원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의 작품을 근거로 시각적 특징을 상술하자면, 중력과 원근법이 사라진 공간, 부유하는 듯한 이질적인 모티프들의 자유로운 배치, 반복해〮체파〮편화된 도형과 유기체 등이 그것이다. 인물은 개성이 없으며, 인물들 사이에는 이야깃거리가 없다.

구상화의 기본 원칙인 입체적인 구성과 사실적 묘사를 비틀어 구상과 추상을 넘나든다. 즉, 배치된 수많은 형상으로 초현실적 화면을 표현하지만, 내용적 구성은 배제된 순수 조형적 회화인 것이다. “읽지 말고 보라.”고 권유하는 작가의 말이 유효한 지점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포스트모더니즘을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고유한 문화양식으로 이론화했던 프레드릭 제머슨(Frederic Jameson)의 말처럼, 오늘날 작가들이 새로운 양식과 세계를 만들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독창적인 것들은 이미 다 착안되었고, 따라서 현대 예술은 과거의 차용에 기대거나 예술 그 자체에 관한 예술이 되었다. 정수진 역시 예술 그 자체에 대한 사유에 기반하는 작가라 할 수 있는데, 자기 사유를 누구보다도 정통한 페인터로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자신의 시각이론을 완성하고, 이를 작품으로 직접 보여주는 정수진은 시각예술인 미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와 연관된 너른 철학적 사유를 지닌 작가이다. 이러한 페인터로서의 소양과 자세, 그리고 예술성이 일찍이 인정받아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관에서 전시한 첫 번째 국내 작가로 개인전을 개최(2006)하였고, 루이뷔통 주관으로 열린 《메타모포즈, 한국의 트라젝토리》(2008, 에스파스 루이뷔통, 파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10인으로 전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지금까지 한국현대미술, 특히 회화를 소개하는 전시에 대표적으로 초대되는 회화 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러한 입지를 증명하듯, 정수진은 홍콩 아트 페어, LA 아트쇼, 아트바젤 마이애미 아트페어, 홍콩 크리스티의 한국작가 특별전 등 다수의 국제 아트 페어와 런던, 베를린, 뉴욕 등에서의 전시를 통해 해외에서도 호평을 얻으며 자기 예술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정수진 작가의 평면 회화 속에 담긴 다차원적 세계
A Team

Chung Suejin, 'Touching Moments in Macau,' 2015, Oil on linen, 70.8 x 86.6 in (180 x 220 cm).

국내 인터넷에 한동안 떠돌던 밈(meme)이 있다. 스위스 사람들이 한글 ‘스위스’를 보고 마치 산속에 창 들고 서 있는 용병이 떠오른다며 매우 신기해 하는 내용이다.

정수진(b. 1969)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쩌면 한글을 모르는 스위스인의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글을 순수하게 시각적인 대상으로 보는 스위스인들처럼 말이다.

정수진 작가의 회화 작품은 중력과 원근이 사라진 평평한 공간을 구현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개성이 없으며, 그들 간에는 특별한 관계성도 보이지 않는다. 그림 속에는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물건들과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듯한 배경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마치 엉뚱한 물건이 가득한 초현실주의 작품처럼 그림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모티프들은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으며, 때로는 해체된 모습을 하고 있다.


Chung Suejin, 'Untitled,' 2014, Oil on canvas, 39.4 x 39.4 in (100 x 100 cm)

많은 사람은 정수진 작가의 회화 작품을 보며 작가가 숨겨 놓았을 의미가 있을 거라 여기고 이를 풀어내고자 한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에 무언가를 재현하지 않았다. 그림은 순수하게 시각적인 대상일 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러 가지 대상을 묘사한 구상화 같지만 작가는 색과 형태의 조합으로써 어떠한 형상을 만들었을 뿐이다. 작가가 캔버스의 평면 속에 표현하고자 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의식이 내재된 다차원적 세계이다.

작가는 색과 형태의 조합을 통해 회화의 본질적 대상 즉, 의식 구조를 탐구한다. 따라서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미지는 작가가 구축한 원칙과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Chung Suejin, 'Proliferating multidimensional creature,' 2014, Oil on canvas, 39.4 x 39.4 in (100 x 100 cm)

정수진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는 현실계와 형상계로 나뉘어져 있다. 각각 외부의 실존하는 세상과 우리의 눈을 통해 보이는 주관적이면서도 다양한 관념으로 만들어진 세상이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세상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수많은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관점으로 만들어졌다.

그 세상 속에는 현실계와 닮은 형상도 있지만 현실계와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형상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형상들을 이해하는 방식은 각자 투영하는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작가는 우리가 작품을 감상할 때 현실계와 현상계가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해야만 진실을 마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자신의 방법론인 ‘부도(符圖) 이론’을 책으로 펴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지식과 습관을 모두 버리고 순수하게 시각적인 관점에서 그림을 바라보도록 한다. 이 책에는 64개의 형상 코드와 64개의 개념 코드가 소개되어 있는데, 이는 인간의 무의식에 내재된 다차원적 세계의 논리를 읽는 방법을 설명한다.

정수진 작가의 그림은 생각, 감정, 느낌의 이면에 내재된 어떠한 의식적 구조에 대한 표현이다. 정수진 작가는 작품을 볼 때 순수 조형적 회화인 것으로 “읽지 말고 보라”고 권유한다.

Artist Chung Suejin. Courtesy of the artist.

정수진 작가는 1999년 첫 개인전을 가졌고 이후 수많은 개인전을 열었다. 2006년 국내 작가로는 처음으로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지점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가장 최근인 2021년에는 이유진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정수진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천), 문예진흥원(서울), 연강재단 두산아트센터(서울), 선화예술문화재단(서울), 롱 뮤지엄(상하이, 중국) 등 다수의 미술 관련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References

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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