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 2023년 6월 25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개최 - K-ARTNOW
정수진 (b.1969) 대한민국, 서울

정수진(b.1969)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1992)하고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회화과 석사학위를 취득(1995)했다. 현재 이유진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 (요약)

작가는 1999년 시공갤러리(대구,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2000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서울, 한국)에서의 개인전 《뇌해》로 미술계에 정통 페인터로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2006) 개관 후 한국작가의 개인전을 최초로 개최하였다.

이후 작품과 더불어 작가의 회화이론을 함께 소개하는《다차원 존재의 출현》(2014, 갤러리 스케이프, 서울, 한국), 《다차원 생물 – 의미의 구조》(2018, 이유진 갤러리, 서울, 한국) 등을 열었다.

최근《전지적 작가 시점이 존재하는 형상계》(2021, 이유진 갤러리, 서울, 한국)을 통해 인간의 관념이 이미지로 존재하는 형상계를 이해하고 드러내는 작가의 회화를 선보였다.

그룹전 (요약)

캐나다재외한국문화원(오타와, 캐나다), 대구문화예술회관(대구, 한국),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 스페이스K(대구, 한국), 서울역사박물관(서울, 한국), 주영한국문화원(런던, 영국), 동강사진박물관(영월, 한국) 등에서 전시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국립현대미술관(과천), 문예진흥원(서울), 연강재단 두산아트센터(서울), 선화예술문화재단(서울), 롱 뮤지엄(상하이, 중국)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주제와 개념

정수진은 색채와 형태를 기본으로 한 회화의 다차원적 의미를 심도 있게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에서 정통파 회화작가라는 평을 받는 작가는 회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기법과 구성, 형태와 색채로 밀도 높은 화면을 구성한다. 밀도는 높으나 이미지들 간의 위계나 층위가 없으며, 따라서 상들은 개연성이나 내러티브를 끊어내고 회화의 요소들이 상호 관계하면서 시각적 구조를 발생시킨다.

‘다층적 추상회화’로 설명되곤 하는 정수진의 그림은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감과 세밀한 묘사를 추구하기에 일견 구상회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어떤 언어로도 정의할 수 없는 추상성을 보유한다.

“나는 사실 형상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색과 형의 조합에 매료된다. 순수하게 시각적인 이미지만 가지고 작업하기 때문에 추상적인 것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정수진은 회화의, 혹은 자기만의 시각 언어의 고유함을 찾아내고 이를 이론으로 정립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해왔다. 이를 위해 수학, 과학, 동서양의 미학과 철학을 두루 살피는 작가는 2011년 개인전에서 ‘입체나〮선 변증법’, 2014년 개인전에서 ‘부도이론’ 이라는 이름으로 작가 고유의 회화이론 내지는 방법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곧 ‘의식세계를 가시화하는 시각이론’ 이다. 작가는 이를 2021년 개인전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수많은 관점이 존재하는 세상인 형상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 형상계에 출현하는 형상들-괴물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으로 발전시킨다.

화면의 구성에서 드러나는 다층성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갖가지 도상적 이미지들인 다차원 생물과도 연결된다. 2006년 개인전에 등장한 괴물(작가 스스로 규정할 수 없는 형상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인식의 경계를 벗어난 것들로 이후 작가가 오랜 시간 탐닉했던 대상이다. 작가는 부도이론을 이용해서 괴물을 인식 가능한 영역으로 불러들였다.

여기에 다차원 생물의 세계라는 이름을 붙여 상징과 표상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지닌 의미의 구조를 작품으로 설명해냈다. 이처럼 정수진은 객관적인 단위와 체계를 통해 시각적 이미지의 체계를 세워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소통을 하고자 노력했으며, 이는 결국 작품을 둘러싼 풍부한 비평과 감상의 길을 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형식과 내용

정수진의 회화는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유사한 화풍이나 작법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자적이다. 정수진은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에 집중하기보다, 색채와 형태들이 서로 관계하며 발생하는 구조로 파악하기에 정수진의 그림은 더욱 독특하다.

“보는 것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면 더 많은 차원을 보고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정수진은 화폭에 그러한 다차원을 형상화하고자 한다. 이는 그의 작품에 데페이즈망 기법이 자주 동원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의 작품을 근거로 시각적 특징을 상술하자면, 중력과 원근법이 사라진 공간, 부유하는 듯한 이질적인 모티프들의 자유로운 배치, 반복해〮체파〮편화된 도형과 유기체 등이 그것이다. 인물은 개성이 없으며, 인물들 사이에는 이야깃거리가 없다.

구상화의 기본 원칙인 입체적인 구성과 사실적 묘사를 비틀어 구상과 추상을 넘나든다. 즉, 배치된 수많은 형상으로 초현실적 화면을 표현하지만, 내용적 구성은 배제된 순수 조형적 회화인 것이다. “읽지 말고 보라.”고 권유하는 작가의 말이 유효한 지점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포스트모더니즘을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고유한 문화양식으로 이론화했던 프레드릭 제머슨(Frederic Jameson)의 말처럼, 오늘날 작가들이 새로운 양식과 세계를 만들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독창적인 것들은 이미 다 착안되었고, 따라서 현대 예술은 과거의 차용에 기대거나 예술 그 자체에 관한 예술이 되었다. 정수진 역시 예술 그 자체에 대한 사유에 기반하는 작가라 할 수 있는데, 자기 사유를 누구보다도 정통한 페인터로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자신의 시각이론을 완성하고, 이를 작품으로 직접 보여주는 정수진은 시각예술인 미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와 연관된 너른 철학적 사유를 지닌 작가이다. 이러한 페인터로서의 소양과 자세, 그리고 예술성이 일찍이 인정받아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관에서 전시한 첫 번째 국내 작가로 개인전을 개최(2006)하였고, 루이뷔통 주관으로 열린 《메타모포즈, 한국의 트라젝토리》(2008, 에스파스 루이뷔통, 파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10인으로 전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지금까지 한국현대미술, 특히 회화를 소개하는 전시에 대표적으로 초대되는 회화 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러한 입지를 증명하듯, 정수진은 홍콩 아트 페어, LA 아트쇼, 아트바젤 마이애미 아트페어, 홍콩 크리스티의 한국작가 특별전 등 다수의 국제 아트 페어와 런던, 베를린, 뉴욕 등에서의 전시를 통해 해외에서도 호평을 얻으며 자기 예술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 2023년 6월 25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개최
A Team

일민미술관은 그림 그리기에 있어서 누구나 갖고 있는 재현이라는 동기가 어떤 방식으로 동시대 회화에 반영되는지 살펴보고자 작가 13인의 단체전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를 6월 25일까지 개최한다.

Poster image of "Hysteria: Contemporary Realism Painting," Ilmin Museum of Art, Seoul. (April 14, 2023 - June 25, 2023). Courtesy of the museum.

공책 한 구석에 친구의 얼굴을 따라 그리거나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본떠 그리는 것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그림을 그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어떤 대상을 빈 화면에 재현한다는 동기는 그림 그리기에 있어서 누구나 갖는 태도이다. 그러나 흔한 만큼 이러한 태도는 하나의 주요 미술 담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일민미술관은 한국 미술 담론에서 간과되어 왔던 이러한 태도에 주목하여 오늘날에는 어떤 방식으로 재현이라는 동기가 회화에 반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미술가는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고유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지난 4월 14일부터 오는 6월 25일까지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전을 진행한다.

Exhibition view of "Hysteria: Contemporary Realism Painting," Ilmin Museum of Art, Seoul. (April 14, 2023 - June 25, 2023). Courtesy of the museum.

전시 제목 속 ‘리얼리즘’은 예술 사조나 양식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재현하려는 창작 태도를 말한다. ‘리얼리티’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기 때문에 미술사에서 리얼리즘의 문제는 계속해서 갱신되어 왔다.

비단 어떤 대상의 외형을 보이는 그대로 정밀하게 표현하는 것뿐 아니라 보면서 느꼈던 감각을 재현하는 것, 또는 현 사회에 내재한 부조리를 폭로하는 것 등 다양한 리얼리즘이 존재한다. 따라서 리얼리티의 개념은 보는 관점에 따라 그리고 시간과 장소에 따라 크게 변화되어 왔다.

Exhibition view of "Hysteria: Contemporary Realism Painting," Ilmin Museum of Art, Seoul. (April 14, 2023 - June 25, 2023). Courtesy of the museum.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전은 그간 충분히 숙고되지 못하고 독자적인 양식으로서 위상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리얼리즘 담론을 살필 기회를 마련하였다. 전시는 주류 리얼리즘 바깥에서 ‘히스테릭’하게 회화가 세계에 반응하는 방식을 탐구해 온 중견 작가들과 젊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한국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의 계보를 나름대로 구성하고자 한다.

따라서 전시는 확장된 리얼리즘이라 부를 수 있는 미술의 흐름 위에서 동시대 회화의 가치를 발견하고 오늘날 유효한 시각성을 탐구하며 그리는 방식이나 소재 등에 따라 구상 회화의 여러 양상을 보여 주고자 한다.

전시는 동시대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최진욱, 이수경, 정수진, 노충현, 노상호, 손현선, 이재석, 임노식, 정수정, 함성주, 김민희, 조효리, 김혜원 작가 등 13인의 작품 100여 점을 통해 오늘날 회화의 ‘리얼’한 경향을 살펴본다.

Installation view: Choi Gene Uk, '그림의 시작 (Beginning of the Painting),' 1990, Acrylic on canvas, 195×260cm
in "Hysteria: Contemporary Realism Painting," Ilmin Museum of Art, Seoul. (April 14, 2023 - June 25, 2023). Courtesy of the museum.

1층부터 시작하는 전시는 최진욱 작가의 ‘그림의 시작’(1990)으로 출발해 함성주 작가와 임노식 작가의 작품들을 함께 둘러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최진욱(b. 1956) 작가는 90년대 초부터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면들을 캔버스에 그려 온 작가이다. 그는 자신의 작업실이나 방 한쪽 모퉁이, 자화상과 같이 눈에 잡히는 대상들을 그린다. 작가는 화가로서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작업실을, 그리고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담기 위해 자화상을 회화로 표현한다.

최진욱 작가에게 있어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나 작업실과 같은 것이 현실이라면, 젊은 작가인 함성주(b. 1990) 작가에게 현실은 액정 너머에  존재하는 세계이다. 작가는 1990년대에 흥행한 여러 종류의 게임부터 최근의 영상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화면에 재생되는 이미지들이 재생산되었을 때 이미지의 형태와 의미에 일어나는 변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한다.

임노식(b. 1989) 작가는 최진욱 작가처럼 자신의 작업실을 캔버스 화면에 담는다. 이를 통해 작가는 화가로서 자신의 존재를 암시하고 증명한다. 작가는 바라보는 대상과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물리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일치시키거나 그 간극을 실험하려는 노력을 해 왔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물건을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도 그 이미지는 우리 머릿속에서 보정되기 시작한다. 그런 경우처럼 작가는 실제 이미지와 우리가 바라보고 이를 화면에 옮겼을 때의 차이를 고민한다.

Installation view: Jung Soojung, '교미 (Mating), 2021, Oil and acrylic on canvas, 720×218cm.
"Hysteria: Contemporary Realism Painting," Ilmin Museum of Art, Seoul. (April 14, 2023 - June 25, 2023). Courtesy of the museum.

1층을 나오면 로비 공간에 길게 전시된 정수정(b. 1990) 작가의 대형 걸개 작품과 2층 로비 공간의 회화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는 역사화, 종교화, 만화 컷, 영화의 구조 등과 같이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인터넷, 고전에 등장하는 폭넓은 이미지와 그 구조를 적극 참조하여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세계의 내막에 주목하여 인간의 본성, 권력, 평등과 같은 사변적이고 비밀스러운 관념을 드러낸다. 초상화나 정물화를 그리더라도 정수정 작가는 실존 인물이나 사물을 실제와 비슷하게 표현하는 것보다 인물이나 사물의 개성과 감정을 표현하며, 대상이 갖고 있는 고유의 사실을 서사적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

정수정 작가의 환상적인 작업은 이수경(b. 1963) 작가와 일부 상통한다. 이수경 작가는 ‘번역된 도자기’라는 조각 연작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꾸준하게 회화에 대한 실험을 이어 왔다. 작가에게 있어서 오늘날의 세계는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형상 없는 덩어리로도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과연 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한다. 우리가 경험한 것이 현실이라면 꿈도 경험이고, 나아가 전생 체험도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착안하여 작가는 ‘전생 역행’ 회화를 통해 현실의 범위를 반문한다.

Exhibition view of "Hysteria: Contemporary Realism Painting," Ilmin Museum of Art, Seoul. (April 14, 2023 - June 25, 2023). Courtesy of the museum.

2층 전시장 입구에 놓여 있는 김혜원(b. 1993) 작가의 작품에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린 일상적인 풍경이 그려져 있다. 작가에게는 어떤 풍경을 그릴지보다는 그 풍경을 어떻게 표현해 나갈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오늘날 풍경 사진들은 과거에 비해 그 무게가 가벼워졌다. 그 때문에 작가는 회화의 소재를 가급적 중립적으로 포착한다. 그는 소재를 양식화해 도안을 창조하거나 그리는 과정을 기계적으로 공정화하는 데 무게를 둔다.

노충현(b. 1970) 작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진으로 찍은 풍경을 회화로 옮겨 가면서 사진과 회화의 관계를 탐색해 왔다. 작가는 한강변과 도심의 공터를 걸으며 눈이 가는 대로 사진을 찍고 이를 회화 작품으로 다시 표현하고 동시에 서울만이 갖는 지역적 특성을 회화로 담는다. 작가의 풍경화는 광학 기술에 의존한다. 그러면서도 사진이 만들어 낸 이미지를 불분명한 깊이의 납작한 면으로 표현해 텅 비어 있으면서도 넓게 트여 있는 도심 속의 풍경을 포착한다.

노충현 작가와 김혜원 작가가 사진 이미지를 회화로 옮겨 현실을 담았다면 손현선(b. 1987) 작가는 어떤 대상을 반복해 그림으로써 명료해진 대상을 통해 현실성을 담아내고자 한다. 전시장에는 실링팬, 레미콘의 트럭믹서처럼 회전하거나 유리컵에 담긴 물과 같이 끊임없이 흔들리는 물체를 그려 낸 회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에게 이러한 움직이는 대상들을 그린다는 것은 대상의 시간성을 빼앗아 오는 것이다. 즉, 작가는 연속되는 시간 속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행위와 대상이 만나는 지점을 포착한다.

Installation view of Chung Suejin's artworks, "Hysteria: Contemporary Realism Painting," Ilmin Museum of Art, Seoul. (April 14, 2023 - June 25, 2023). Courtesy of the museum.

캔버스 화면을 다양한 이미지로 가득 채운 정수진(b. 1969) 작가는 전통적인 구상과 추상의 틀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회화 작업을 전개해 왔다. 그의 회화 작품에는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미지들이 화면 가득히,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화면에는 사람, 꼬인 파이프, 음료수 병, 파도 등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미지들이 반복 등장하지만 이들은 어떤 의미를 갖지 않고 그저 색과 형태로만 존재하며 작가가 만들어 낸 구조에 따라 배치되어 있을 뿐이다.

이재석(b. 1989) 작가의 회화에도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미지들이 차분한 질서 속에 뒤섞여 있다. 그는 총의 부품과 신체 부위, 군용 텐트 그리고 나무와 돌산, 파도 등의 자연물 등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 신체와 기억 그리고 삶의 경험을 그린다. 작가는 군대에서의 경험을 통해 총기 부품과 신체 장기 사이의 기능적 유사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후에는 이를 자연물과 게임 요소로 확장해 나갔다. 작가는 작품 속에 어떤 감정을 담기보다는 현실 속 사물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화면 상에 이들을 조화롭게 구성하는 것에 무게를 두며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Exhibition view of "Hysteria: Contemporary Realism Painting," Ilmin Museum of Art, Seoul. (April 14, 2023 - June 25, 2023). Courtesy of the museum.

3층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김민희(b. 1991) 작가의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1990년대 말 일본의 대중문화가 급속도로 유입되던 시기에 그림을 기리기 시작하면서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케이팝 등 대중 문화적 요소를 담은 작업을 해 오고 있다. 특히 작가는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을 그리되 그 이미지들을 정지된 상태 또는 무한히 반복되는 프레임으로서 표현한다. 때로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의 이미지를 혼합하여 새로운 인물로 재구성하기도 한다.

노상호(b. 1986) 작가는 강박적으로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에서 떠도는 수많은 이미지들을 매일 수집하여 새로운 조합으로 빠르게 회화 작품으로 그려 낸다. 그는 과다한 이미지에 파묻힌 오늘날의 실제와 가상 세계 사이를 그림으로 재구성한다. 작가는 여러 매체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을 배치하여 관람자들이 각자 해석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자 한다.

조효리(b. 1992) 작가에게 있어서 캔버스 공간은 그가 경험한 비현실적 감각이 재현되는 곳이다. 작가에게 있어서 캔버스는 다른 세계를 비추는 창문과 같은 것으로 그는 캔버스를 통해 오늘날 현대인들이 접하는 다양한 환영적 공간을 펼쳐 낸다. 작가는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3차원 드로잉을 하며, 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회화에서 볼 수 없는 각도를 취하고 화면 밖의 장면을 염두에 두어 작품의 구조를 구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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