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NU-FRAME" at DOOSAN Art Center ©DOOSAN Art Center

심사평

제5회 두산연강예술상 미술부문의 수상자 3인은 안정주(1979년생), 이윤성(1985년생), 강동주(1988년생)로, 작업 방향이나 성격이 제각각이다. 영상, 사진, 사운드 등을 활용해 사회 비평적 뉴미디어의 작업을 펼쳐온 안정주는, “현상 너머에서 작동하는 감각들의 리듬을 끄집어내 정교하게 재구성된 영상으로 그 핵심을 담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데뷔 초기에 보여줬던 인상적 작업들에 비해 창작방법론 차원에서의 성장과 심화가 비교적 느렸다는 점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 그 점은 두산레지던시 뉴욕에서의 거주가 창작에 긍정적 자극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이어졌다.

안정주가 6회의 개인전 경력을 지닌, 그간 다소 저평가되어 온 중견의 면모를 지녔다면, 이윤성과 강동주는 각각 1회와 2회의 개인전을 치르고 이제 막 미술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신예다.

이윤성은, 일본의 망가·애니메이션 문화에 연원하는 ‘모에 의인화’의 방법을 차용해 서구 고전 회화의 주제를 미소녀의 문법으로 탐구해온 화가로, “캔버스 회화로 전개하기 어려운 주제를 적절한 화풍의 계발로 잘 소화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신체 절단의 페티시를 다뤘다는 점에서 네오팝 회화 정도로 오해되기도 쉽지만, 첫 개인전에서 미소녀의 템플릿을 내세워 토르소 형태의 누드라는 오랜 문화적 형식을 심도 깊게 다뤘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동주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어디서 누구의 손으로 그릴 것인가?” 라는 동시대 공통의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한 채, 포스트-미디엄의 상황(post-medium situation)에 부합하는 문제적 형식으로 ‘그리기’라는 행위를 재정의·재발명 하고자 애써온 작가다. 그는 동세대 작가들이 다양한 매체를 구사하며 젠체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과 달리, “성실하고 끈기 있는 자세로 비가시성과 음예의 드로잉―장소성과 시간성에 결부된―을 탐구해왔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두산연강예술상은 40세 이하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한 시상 제도로, 그간 미술부문 수상자들은 30대 초중반 이상의 연배인 경우가 태반이었는데 작년부터 수상자들의 평균 연령이 내려가는 추세이다. 결국 가속화되는 세대교체의 경향이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심사에서 최종 후보로 오른 열 명의 미술가(8명의 작가와 1개 팀-듀오)는, 1978년부터 1988년 사이에 태어났고, 안정적인 활동을 벌여온 작가에서 이제 막 두각을 나타내는 신예작가를 포괄했다. 미술뿐만 아니라 퍼포머와 디자이너도 후보에 올랐다. 2010년 제1회 심사부터 현재까지 살펴보면 이처럼 연령대도 어려졌지만 자기 작업을 탄탄히 구축한 미술가 중심에서 한창 실험을 모색하고 이제 막 자기 작업 세계의 성격을 찾아나가는 기대주까지 후보 작가들의 범주도 다채로워졌다.

두산연강예술상은 수상작가에게 상금은 물론 뉴욕의 레지던시 입주 기회와 개인전을 지원한다. 파격적이고 막대한 지원은 아닐지라도 꾸준히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한다. 가능성 있는 청년 작가들을 찾아 인연을 맺고, 그들의 새로운 창작을 앞서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다.

금년도 수상자 3인은, 2010년대 한국현대미술의 새로운 장을 여는 주역이 되시길 바란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며 마음 속 깊이 축하 드린다.

_ 김성원, 임근준, 조선령

References